제주에서 내가 지내던 동네는 파도가 잘 들어오는 곳은 아니다. 어쩌다 가끔 들어오는 파도가 귀하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가 잘 들어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바다로 나가서 파도를 타다가 중간에 점심은 대충 떼우고 해가 지기 전까지 파도를 타고 나온다. 그렇게 하루 종일 바다에 둥둥 떠있다가 단단한 땅으로 올라오면 계속 바닷속에 있는 듯 울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땅 멀미라는 말이 있다. (중략) 항해를 마치고 다시 육지에 오르면 마치 육지가 흔들거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걸 땅 멀미라고들 부른다. - 『여행의 이유』(김영하) 중
나도 어쩌면 지금 땅 멀미 중인 걸까? 제주에 있을 때만 해도 밥도 열심히 많이 먹고 더 건강했던 거 같은데 육지에 와서 제주에 있을 때처럼 밥을 먹었더니 자꾸 소화가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거의 매일매일 체한 채로 있는 거 같았고 그래서 다시 소식가로 돌아왔다. 소식가로 돌아오니 기력도 없고 힘도 달린다. 사실 가장 큰 변화는 미묘하게 달라진 듯한, 내가 삶을 살아가는 템포. 뭐가 어떻게 변한 건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삶을 대하는, 살아가는 템포가 미묘하게 변한 건 느껴진다. 지금 나조차도 내가 낯설다. 다시 육지에 발을 디디고 지낸 지 일주일이 넘어서야 내가 낯설다는 걸 깨달았다. 뭐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땅 멀미'를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었지만 실제로 있는 현상이었다는 걸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처럼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나의 템포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