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등장인물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가슴 설레는 순간이 즐겁다. 니컬러스 스파크스의 ‘노트북’은 그러한 나의 마음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 (10쪽) 내 인생에 대해 말해달라고? 설명하기 쉽지 않다. 눈부신 성공을 거두진 않았지만, 굴속에 숨은 땅다람쥐처럼 이름 없이 살지도 않았다. 짐작건대 우량주와 가장 비슷하지 않나 싶다. 매우 안정적이고, 힘든 시기보단 좋은 시기가 더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상향했으니까. 괜찮은 거래이자 운 좋은 장사였다. 모든 사람이 이런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그런데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이 점은 확실하다. 나는 평범한 생각을 가진 평범한 사람으로 평범한 삶을 살았다. 나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도 없고 내 이름은 곧 잊힐 것이다. 하지만 온 마음과 영혼을 바쳐 누군가를 사랑했고, 내겐 이것으로 언제나 충분했다.
낭만주의자들은 이것을 사랑 이야기, 냉소주의자들은 이것을 비극이라고 부를 것이다. 둘 다 조금씩 맞는 말 같지만 결국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간에 그것이 내 인생, 내가 선택한 길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과 그 길 끝에 마주한 결과들에 불만이 없다. 다른 것들에 대해선 서커스 천막을 가득 채울 정도로 불만이 넘칠 수 있어도 내가 선택한 길은 언제나 옳았으며 다른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
- (119쪽) 잠시 후 노아가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전부 다'라고 말한 건 진심이야.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을 기억해. 매 순간이 환상적이었지. 그래서 특별히 의미 있는 한순간을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어. 그 여름 전체가 완벽했으니까. 누구나 겪어봐야 하는 여름이었달까. 그런데 어떻게 그중 하나만 꼽을 수 있겠어? 시인들이 흔히 사랑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는 거라고 묘사하지. 나한테 사랑이 그랬어. 난 너와 사랑에 빠질 걸 예상하지 못했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만나자마자 감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알았어.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졌고, 일단 사랑에 빠지자 보기 드문 아름다운 무언가가 생겨났지. 내게 그런 사랑은 단 한 번밖에 없었어. 그래서 우리가 함께 보낸 매 순간이 기억에 새겨져 있는 거야. 그중 한순간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 -
주인공 ‘노아’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엘리’와의 사랑으로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여름날, 엘리를 만나 운명적으로 사랑을 하고, 시련 후에도 그 사랑을 용기 있게 선택한 덕분이다. 사랑은 그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 (192쪽) 사랑하는 앨리에게.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당신이 이곳에서 나와 함께 그걸 즐겼으면 하는 것뿐이오. 아이들이 떠난 뒤 흔들의자에 가만히 앉아 우리가 함께한 인생을 되돌아보았소. 그럴 때마다 당신은 이곳에 나와 함께 있어요. 적어도 내 마음속에서는. 당신이 내 일부가 아니었던 때를 기억하는 건 불가능하오. 그날 당신이 돌아오지 않았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후회 속에서 살다가 죽었으리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소. 다행히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사랑하오, 앨리, 당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요. 당신이 그 모든 이유고, 모든 희망이고, 내가 간직해 온 모든 꿈이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함께하는 모든 날이 내 인생 최고의 날이 될 거요. 난 언제나 당신 거예요.
그리고 내 사랑, 당신은 언제나 나의 것이오.
- (227쪽) 노아에게.
나는 수만 가지 이유로 당신을 좋아해요. 무엇보다 당신의 열정이 좋아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잖아요. 사랑, 시, 부성애, 우정, 아름다움, 자연도 그렇죠. 당신이 우리 애들에게 이런 것들을 가르쳐줘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그 덕에 아이들의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걸 알거든요. 애들이 아빠가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말할 때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내게 교훈을 주고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응원해 줬죠. 그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내 그림들은 이제 미술관과 화랑에 걸려 있어요. 전시회나 비평가들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거나 혼이 쏙 빠질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당신은 내 곁에서 다정한 말로 힘을 북돋아 줬어요.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해 주었고 내 옷과 머리칼, 때로는 가구에 물감이 묻어 있어도 못 본 척해 주었죠. 쉽지 않았다는 거 알아요. 그런 상황을 참고 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노아. 그런데 당신은 참아 주었어요. 45년 동안이요. 경이로운 나날이었어요. (중략)
우리는 수많은 부부가 절대 알지 못할 삶을 살았어요. 하지만 당신을 볼 때마다 이 모든 게 곧 끝날 거라는 생각에 겁이 나요. 우리 둘 다 내가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이게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니까요. 당신의 눈물을 보면 나보다도 당신이 더 걱정돼요. 당신이 어떤 고통을 겪을지 알기에 가슴이 미어져요. 나의 이런 비애를 말로 표현할 길이 없네요.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당신을 끔찍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해요. 그렇기에 이 병에 지지 않고 당신에게 돌아갈 방법을 찾을 거예요. 당신에게 약속해요. 그리고 그게 이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예요. 내가 기억을 잃고 방황할 때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처럼 이 이야기를 읽어줘요. 그러면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라는 걸 어떻게 해서든 알아차릴 거예요. 어쩌면 당신과 다시 함께할 방법을 찾을지도 몰라요.
내가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와도 제발 화내지 말아요. 우리 둘 다 그런 날이 올 걸 알고 있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무슨 일이 있어도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걸 잊지 마요. 당신과 함께여서 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멋진 삶을 살았다는 걸 잊지 마요. 이 편지를 간직하고 있다가 또다시 읽게 된다면 내가 지금의 당신을 위해 편지를 쓰고 있다는 걸 알아줘요. 노아, 당신이 어디에 있든, 그때가 언제든,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요. 그리고 만약 내가 당신과 이야기할 수 없는 상태라면 정말 미안해요. 내 남편, 당신을 죽도록 사랑합니다. 당신은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나의 꿈이에요. - 앨리가. -
그리고 그들은 그 사랑 안에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서로를 성장시키며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참 부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은 늙고 병들게 마련, 그들도 당연히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엘리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것, 평생 사랑이었던 노아를 잊고 사는 엘리 곁에서 노아는 여전히 엘리를 사랑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들의 그러한 모습은 노년의 아프고 쓸쓸한 모습도 그렇게 아프지만은 않게 느끼게 한다. 이것이 사랑의 힘이겠지? 인간의 한계조차도 편안하게 맞이하게 하는.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부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한결같이 아름답게 사랑한 그들을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우리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며 산 것 같다.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했고, 아이 낳고 키우며 함께한 세월에 많은 행복이 있었다. 티격태격하는 시간이 많은 지금도 늘 남편이 걱정되고,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사랑하는 거겠지? 그러기에 소설 첫 부분에서 노아가 한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이번 생에서는 이만큼.
ㅡ (10쪽) 둘 다 조금씩 맞는 말 같지만 결국 사람들이 어떻게 보든 간에 그것이 내 인생, 내가 선택한 길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걸어온 길과 그 길 끝에 마주한 결과들에 불만이 없다. 다른 것들에 대해선 서커스 천막을 가득 채울 정도로 불만이 넘칠 수 있어도 내가 선택한 길은 언제나 옳았으며 다른 선택은 없었을 것이다. ㅡ
< 생각해 봅시다>
1. 남편을 또는 남편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을 이야기해 주세요. 어느 시기든 상관없음
2. 지금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했으면 나의 삶이 달라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