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안방 침대에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네요(D-170)
집에 거실용 스탠드 에어컨만 있다 보니, 한 여름에는 식구들이 모두 거실에서 이불을 깔고 잤습니다.
침대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방바닥에서 자면 '등이 배긴다'라고 해야 할까요. 밤 새 자다 깨다를 반복하니 수면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낮시간 대 직장 생활에도 지장을 주더군요.
수년간의 읍소를 통한 긍정적 답변
그래서 아내에게 에어컨을 2 in 1으로 바꾸자고 수년간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에어컨도 잘 작동되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라고 되묻네요. 가끔 저 놈의 에어컨은 왜 고장도 안 나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재택근무를 하는 아들은 더위를 견디다 못해 자기 방에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하더니, 편안하게 근무도 하고 얄밉게 잠도 잘 자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올해도 에어컨 교체가 힘들 것 같아서, 여름이 오기 전부터 계속 에어컨 교체에 대한 당위성을 아내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물론 설득과 짜증, 그리고 일종의 자해(?)를 포함한 냉온탕 작전 끝에 드디어 긍정적 답변을 들었습니다.
직접 만져보고 설명을 듣는 것이 최고
이제는 빠르게 어떤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선정을 하고 실행에 옮길 때입니다. 자칫 지체하면 그동안의 모든 노력이 '인어공주의 물거품'처럼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각 사의 제품 성능을 비교하고, 가격도 검토를 하여 선정된 제품을 아내랑 같이 봤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뜨뜻미지근한 반응인지라 아내랑 같이 인근에 있는 가전전문매장과 대형마트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좀 더 확신이 서지 않을까 해서지요.
몇 군데에서 설명을 듣다 보니 원래 사고자 하는 제품보다 두 단계 상향된 제품이 마음에 끌리더군요(가격은 약 100만 원 상승). 사실 제품의 성능은 거기서 거기라고 보입니다. 안 시원한 에어컨은 없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기능은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가장 고려한 부분은 바로 청소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청소를 자주 해야 하는 제품인데 반해, 청소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 이 점이 가장 고민이 된 것이지요. 인터넷에서 사진이나 글로 되어있는 정보에 비해 직접 제품을 열어보고 설명을 들어보니 딱 적합한 제품이 나왔습니다.
때 마침(?) 매장 매니저가 특별 할인제품이 딱 5개 남았다고 하며 바로 구입을 제안 하더군요. 그러면서 우리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네○버 최저 가격보다 싸다는 것을 코 앞에서 앱을 통해 보여줍니다. 저는 당장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아내의 성격 상 그게 용납이 안됩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한번 더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지요.
뭐 매번 그렇지만 아내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성격이고, 저는 '장고 끝에 악수' 또는 '아끼면 똥 된다'는 성격인지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아들도 매번 참 다른 성격인데 안 싸우고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미스터리하다고 합니다.
아들이 뭘 모르는 것입니다. 안 싸우는 게 아니라 참는 것이지요.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이 있지요(너무 용감한가요? ^^).
결국 장고 끝에 결정
처가 집안 내 병환으로 인해 또 결정의 시간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병환과 에어컨 구입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는데도 지연이 되니 속이 타 들어갑니다. 이러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도 되고요. 그동안에 저와 아들 회사 내 임직원 몰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매장 매니저가 제시한 가격이 싸기는 하더군요.
시간은 흘러 흘러 1주일 하고도 2일이 지난 후 다시 매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직도 그 제품이 특가로 판매가 되고 있으면 구입하고 아니면 안 산다는 생각으로 간 것이지요. 다행스럽게도 아직 제품은 충분하게 있다고 하네요. 한번 더 매장 매니저로부터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최종 결제를 완료했습니다.
결재가 진행되는 도중에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해 설명하여 줍니다. 추가 비용 문제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고는 있었지만 에어컨 구입 시 간과하기 쉬운 사항이기도 하니, 한번 생각은 해둬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설치 시 설치기사님과 말다툼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도 추가 비용으로 20만 원이 들었네요. ^^
[에어컨 설치 시 추가 비용 발생 사항]
1. 기본배관 외에 추가배관(동/알루미늄/주름관 종류마다 다름) 사용에 따른 비용(1M 단위로 추가)
2. 실외기 앵글 또는 받침대 설치 시 추가 비용 발생
3. 실외기 위치가 외부에 있으면 위험수당 발생(실외기 실이 있는 최신 아파트는 해당 없음)
4. 냉각수 배수펌프 설치(배수구멍이 없을 경우 등 필요시)
5. 벽을 뚫는 타공이 많아지는 경우, 사다리차 사용이 필요한 경우 등등
이제는 설치에 대한 걱정
구입한 후 3일 뒤에 에어컨 설치 일정에 대한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는 토요일이 좋은데 설치기사님은 좀 걱정을 하더군요. 걱정하는 이유는 벽 두 곳을 드릴로 뚫어야 하는데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어떤 아파트에서는 토요일은 에어컨 작업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다행스럽게도 저희 아파트에는 그런 조항이 없어서, 토요일에 설치 일정을 확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기존 실외기도 떼어내야 하고, 새롭게 안방 쪽으로 배관을 설치하려면 작업 공간이 필요한데 거치적거리는 물건이 제법 눈에 띕니다. 그래서 토요일 아침 일찍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서랍장, 안마의자, 장식장 등을 옮기고 치우다 보니 설치기사분들이 도착을 했다고 합니다. 겨우 시간에 맞춰 사전준비가 끝났네요.
작업시간은 생각보다 길어서 거의 2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벽의 타공 시간입니다. 아내는 실시간으로 아파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혹시나 불만의 글이 올라오는지 확인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끝날 때까지 아무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한참 작업 하시던 기사님이 맞은편 동을 보시면서 저쪽에서도 공사를 하고 있다네요. 그러고 보니 벽을 뚫는 소음이 저희 동 쪽에서도 선명하게 들리기는 합니다. 여하튼 아파트 거주분들이 이런 정도는 이해를 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사실 제품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제품이던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크게 부각해야 우리 제품의 우월성이 돋보이니까요. 한국 가전제품의 양대 산맥인 두 곳의 대리점을 다녀보니 확실하게 느껴지더군요. 이를 통해 제가 사고자 하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결정을 하면 됩니다. 그래야 제품을 구입한 후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요.
에어컨을 가동해 보니 확실하게 예전 제품에 비해 냉방성능이 우수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여 외부에서 조절도 가능하니 편리성도 뛰어나고요. 저녁 운동 후 집으로 돌아가면서 미리 켜 놓으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시원함이 느껴져서 참 좋네요. 뭐니 뭐니 해도 드디어 올해부터는 안방 침대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지난 주부터 폭염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가 쉴사이 없이 휴대폰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인한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으니 야외 활동 자제, 충분한 물 섭취 등..."
"폭염에 따른 화재예방 안내, 전기제품 사용 시 에어컨에 맞는 콘센트 사용, 문어발식 사용금지..."
"○○시 폭염경보 발효. 야외 활동 자제하고 충분한 물 섭취 및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도 전역 폭염 특보. 논과 밭, 공사장 등 야외작업을 자체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세요."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셨으면 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