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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와의 첫 만남

준비된 스마트 할부지 39, 생후 한 달 만에 아기를 안아 봤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손녀와 처음 만나는 날입니다.


현관에 붙어있는 "멍텅구리 초인종"을 살며시 눌렀습니다.

문이 열리고 딸과 사위, 그리고 귀여운 손녀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네요.

사진과 영상으로만 봤던 손녀를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상상보다 훨씬 더 앙증맞고 사랑스럽습니다.


손녀를 처음 안아 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저희를 보고 울지 않네요.

그저 크고 맑은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작은 생명이 세상을 탐색하듯, 우리를 한 사람씩 찬찬히 살펴보는 듯합니다.

연우와 첫만남.png [손녀 안아보기]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아들이 먼저 아기를 안아보겠다고 나섭니다.

어색한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헤매더니, 제법 안정감 있게 안고 있습니다. 손녀는 낯선 품에서도 불편한 기색 없이, 커다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조용히 주변을 살피고 있네요.


이윽고 아들로부터 손녀를 건네 안았습니다.

생후 한 달 된 아기를 안아본 기억은 벌써 28년 전이네요.

그때는 아이들이 울기만 하면 제가 안아서 재우곤 했기에, 이번에도 잘 안을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막상 품에 안고 보니 적잖이 어색하고, 자세도 영 불편해 당황스러웠습니다.


한참 동안 손녀 얼굴을 바라보며, 앙증맞은 손과 발을 살며시 만져보았습니다. 너무나 보드라운 촉감에 저도 모르게 할아버지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다행히 손녀가 저를 봐주는지 울거나 보채지는 않았지만, 한참 안고 있으니 조금 불편해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아내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아내 품에 안긴 손녀는 이내 눈꺼풀이 살짝씩 내려가기 시작하는 게 잠이 오는 모양입니다. 딸애 말로는 ‘최강 쪽쪽이(공갈젖꼭지)’를 입에 물려주면 곧바로 꿈나라로 간다고 하네요. 정말 작고 사랑스러운 입으로 쪽쪽이를 빨며, 잠에 빠져드는 손녀의 모습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연우 쪽쪽이.png [앙증맞은 손, 최강 쪽쪽이와 함께 잠을]


아기의 등센서

손녀가 깊이 잠든 듯해 살짝 아기 침대로 옮겨봅니다. 그런데 침대 위에 올리자마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네요. 흔히 “아기 등에 센서가 있다”고들 말합니다. 품에 안겨 있을 때는 곤히 자다가도, 침대에 눕히는 순간 눈을 번쩍 뜨는 모습을 보고 생긴 말입니다.


알고 보면 이 현상은 신생아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모로반사(Moro reflex)' 또는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얕은 수면 상태'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모로반사'는 신생아가 자신의 보호와 생존을 위해서 주변에서 큰 소리가 나거나 환경에 변화가 있을 경우, 무의식적으로 팔다리를 벌렸다가 움츠리는 신생아의 매우 정상적인 반사 행동입니다.

'얕은 잠'은 신생아의 경우 성인보다 깊은 수면 단계가 짧고 얕은 잠을 자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쉽게 깨어나는 특징을 말합니다. 그래서 침대에 내려놓는 순간, 품 안의 따스함과 안정감을 잃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잠에서 깬 손녀가 다시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사위가 조심스레 안고 달래는 모습을 보고 저희는 자리를 떴습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머무르면 딸이나 사위에게도 불편할 수 있고, 무엇보다 아기도 충분히 쉬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손녀만 잠깐 보고 오겠다는 생각으로 들렀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아쉬움이 살짝 남았지만, 앞으로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제는 저희가 찾아가기도 하고, 손녀가 우리 집으로 오기도 하겠지요.

짧지만 벅찬 첫 만남을 마음 깊은 곳에 고이 간직하며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PS: 한국 시간 오후 3시 45분, 벨기에 시간 오전 8시 45분에 멀리 벨기에에서 카톡이 날아왔습니다.

벨기에에 있는 친구도 손녀를 봤다고 하며, 병원에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네요.

사진 속에 엄지를 치켜든 사람이 바로 이번에 할아버지가 된 제 친구입니다.

블론데.png [벨기에 친구의 손녀와 가족]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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