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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만찢남 식당 '조광 201'

아들이 어렵게 예약하여 찾아간 퓨전 중국식당입니다(D-125)

전 ○플릭스에서 방영한 '흑백요리사'를 제대로 본 적은 없습니다.

아내가 재미있게 보길래 몇 편 정도를 중간중간 본 정도인데, 얼뜻 "참 희한하게 요리를 배운 사람이네"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만찢남 조광효 셰프'였습니다.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머릿속에 오래 남는 출연자이기는 했으니까요.

아들이 몇 번의 예약 시도 끝에 마침내 성공했는데, 금요일 오후 6시라고 합니다. 다행히 탄력근무제라 주중에 좀 더 근무를 하고, 금요일 오후에 좀 일찍 퇴근을 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식당 주소는 서울 송파구 새말로 8길 13으로 되어 있는데, 그냥 문정동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 인근에 있다고 보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식당이 왕복 2차선의 좁은 길에 있다 보니 주차를 할 마땅한 장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 지하 주차장에 세워 놓고, 걸어서 약 12분 정도 이동했습니다.

주차비는 금액에 상관없이 아울렛에서 아무 물건 하나만 구매하면 4시간은 무료라고 되어 있으니, 식사 후 가볍게 쇼핑하며 소화도 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희한하게 외부 간판이랄 것이 거의 없고, 입구에 스티커 형태로 붙여진 게 전부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걷다 보면 지나칠 수 있으나, 바로 맞은편에 '문정건영 아파트'가 보이니 이 이상 넘어가지 않으시면 됩니다.

조광201 위치.png [외부 스티커형 간판, 바로 앞 문정건영 아파트]

입구와 계단이 별로 깨끗한 모습도 아니고 좀 어둡다고 해야 할까요. 저의 첫인상은 별로 호감이 안 갑니다.

대부분 예약을 하고 방문하지만, 그래도 두서너 자리는 미리 와서 기다리는 현장 방문자들을 위해 비워놓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도착했을 때 이미 두 팀정도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조금 늦게 오시면 자리가 없을 것 같네요. 문 옆 안내판을 보니 현장 방문자들은 대기자 명단을 작성하면 순차적으로 연락을 준다고 쓰여 있기는 합니다.

조광 안내문.png [조광 201 입구와 안내문]

계단에 엉거주춤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정확하게 저녁 6시에 문이 열리면서 안내를 하더군요. 이곳은 오후 6시에 1부, 오후 8시에 2부로 고객의 예약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잘 확인 후 오셔야 하겠네요.


식당 입구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라 좀 답답하고 칙칙한 분위기인데 비해, 실내는 제법 깔끔한 구조와 디자인입니다. 다소 조명이 어둡다고 느껴지는데, 식사하면서 술 한잔 하기에는 적당한 분위기였습니다.

조광 실내.png [조광 201 실내]

그러고 보니 오늘도 식사하면서 맥주 한 잔 기울일 기회가 없네요. 아들 녀석에게 마음 편히 운전을 맡길 수 있을 그날이 언제나 올까요.


퓨전 중화요리

우리는 이미 전날 ○튜브를 통해 어떤 음식을 주문할 것인지 결정을 하고 왔기 때문에,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했습니다. 기본 세팅된 것을 보니, 다른 중국음식점에서 나오는 짜사이(자차이) 대신에 백김치가 나왔습니다. 이때부터 "좀 다르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백김치는 간이 좀 강해서 짭짤한 편입니다.

[기본 세팅된 백김치와 식기류]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면서 이곳은 주점이기 때문에, 주류 또는 음료는 무조건 주문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남들이 주로 주문한다는 '방홍차'와 제가 좋아하는 '싱하탄산수'로 주문했습니다.

메뉴판을 찍기는 했는데 사진이 별로 신통치는 않습니다.

조광매뉴판.png [조광 201 메뉴판]

주문한 음식은 '진 마파두부와 새우볶음밥 세트', '새우완탕', '풍미가지', '라즈지', '두부크림 꽃빵', '훈툰 튀김'입니다. 3명이 6개 음식을 시켰는데 보통 이 정도는 시키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시킨 음식은 '진 마파두부와 새우볶음밥 세트'입니다.

마파두부답게 얼얼한 마라 향과 맛이 느껴지지만,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습니다. 두부는 마치 순두부처럼 말랑말랑하지만, 쉽게 부서지거나 하지 않습니다. 새우볶음밥과 같이 먹으니 간도 맞는 게 무척 조화스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광 마파두부.png [마파두부와 새우볶음밥 세트]

두 번째로 나온 음식은 '새우완탕'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는 비주얼입니다. 그냥 청경채 하고 국물 속 만두와 같은 것만 보입니다. 아내와 아들은 한 번 먹어보더니 연신 맛있다고 하는데, 닭육수를 기본으로 만든 음식이라 저하고는 별로 안 맞네요. 전 닭요리를 잘 안 먹는데, 특히 물에 빠진(?) 닭은 거의 손도 안 댑니다.


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국물이 너무 진국이라며, 다른 음식을 덜 시켰으면 한번 더 시켰을 것이라고 합니다.


국물 안에 빠져 있는 건, 만두가 아니고 훈툰이라 하더군요. 훈툰은 돼지고기·생새우·오징어를 다져 속에 넣었다고 하는데 맛도 있고, 속이 꽉 차있어 식감도 좋습니다. 전 훈툰 한 개만 먹고 끝입니다.

조광 완탕.png [새우완탕]

세 번째로 나온 음식은 '풍미가지'입니다.

가지와 고추가 바삭하게 튀겨 나오고, 산초향이 제법 강합니다. 산초를 싫어하신다면 글쎄요? 약간 부담이 가실 것 같은데 뭐 전 좋습니다. 그런데 가지는 그냥 가지스러운 맛입니다.


예전에 다녀온 임태훈셰프 도량의 '어항가지 튀김'을 먹었을 때와는 확실하게 다릅니다. 아무래도 가지만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저한테는 잘 맞는 음식입니다. 고추사이에 페페론치노와 구운 산초가 있어서 먹어 봤는데, 매운 음식에 자신이 없으시면 시도하지 마세요. 아들은 입에 넣자마자 뱉어 버리더군요. 저도 매운 것은 잘 먹는데 페페론치노 두 개 먹고 포기했습니다.

조광 풍미가지.png [풍미가지]

네 번째로 나온 음식은 이름도 생소한 '라즈지'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닭 요리를 별로 안 좋아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무척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던 음식입니다. 첫인상부터 붉은색이 강렬하게 눈에 띄는 비주얼입니다. 사천 향신료로 숙성시킨 닭날개를 향취고추, 산초, 땅콩 등과 함께 볶아낸 요리인데 한 입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네요.


제가 닭은 안 좋아하지만 그래도 튀긴 닭은 조금 먹습니다. 이건 그래도 많이 먹을 수 있었는데, 아내와 아들이 연신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면서 먹어서 전 두 개만 먹었습니다. 그 대신 고추와 땅콩을 위주로 먹었지요.


결국 너무 맛있다고 해서 한 접시를 더 주문했고, 조금 먹고 남은 것은 포장하여 집에 가져왔습니다. 냉장고에 넣은 후 다음 날 먹었는데, 눅눅해졌지만 여전히 맛이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조광 201'은 음식을 따로 포장하여 판매는 안 한다고 합니다. 다만 식사 후 남은 음식은 포장하여 가져 갈 수 있는 팁을 주시네요. 젊은 남자 종업원들이 주문도 받고 음식을 서빙하여 주는데 다들 친절합니다. 친절하니 음식 맛이 배가 되는 듯합니다.

조광 라즈지.png [라즈지]

마지막으로 주문한 음식은 디저트인 '훈툰튀김'과 '두부크림 꽃빵'입니다.

이걸 먹으니 마라, 고추, 산초 등의 양념으로 얼얼해진 입이 서서히 진정이 되네요. 훈툰튀김은 속이 꽉 차고 식감이 살아있기는 한데, 특별히 인상적인 포인트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긴 것은 별로(?)인 꽃빵이 먹을수록 맛이 있더군요. 그냥 무심하게 잘라서 나온 모양이 보기에는 별로인데, 두부크림을 듬뿍 묻힌 후 왼쪽에 있는 메이플 시럽에 찍어 먹으니 은근히 맛있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음식은 리뷰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아, 궁금해서 시켜본 것인데 '두부크림 꽃빵'은 마지막 음식으로는 딱 맞는 음식이라 생각되네요.

조광 꽃방과 훈툰.png [왼쪽-훈툰튀김, 오른쪽-두부크림 꽃빵]


이제 집으로~

어느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네요.

전체적으로 음식의 양이 많지 않은 편이라 아주 배부르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시켰더니 적당히 만족스러운 식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 과식하면 속이 불편하니, 이 정도가 딱 좋네요.


벌써 밖은 어둠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현대아울렛에서 옷도 구경하고 물건도 하나 구입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나라도 물건을 구입하면, 4시간 동안 무료 주차가 가능하니 참 좋기는 한데...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봐도 손님을 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이곳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 보이네요.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방문객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오늘 같은 금요일 저녁도 주말의 시작인데 생각보다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현대아울렛 안에 다이소에도 가보았지만, 이곳도 무척 한가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조광 현대아울렛.png [현대아울렛 가든파이브, 낮과 저녁의 모습]

오늘은 정통 중국요리와는 다른 퓨전 중국음식을 먹어 봤는데, 나름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올해 정년퇴직이라고 신경을 써준 아들 덕분에, 제법 유명한 셰프들이 운영하는 맛있는 중국음식점 여러 곳 다녀왔습니다.


올 초에 여경래대가의 '홍보각'을 시작으로, 이연복대가의 '목란', 철가방요리사 임태훈셰프의 '도량', 그리고 오늘 방문한 만찢남 조광효셰프의 '조광 201'까지 차례로 방문하며 좋은 추억을 쌓고 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가격이 비싼 순으로 방문하기 시작을 했네요.

음식 맛을 떠나서 '홍보각'은 솔직히 너무 부담이 될 정도로 비쌉니다. 그렇게 시작을 했더니 '목란'의 가격도 비쌌지만 견딜만한 수준이었고, '도량'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조광 201'은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가격과 음식 맛이 꼭 비례한다고 볼 수도 없고, 사람마다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르니 섣부르게 평가할 수도 없습니다.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만, '홍보각'에서는 '짬뽕'과 '고로육', '목란'에서는 '멘보샤'와 '짬뽕', '도량'에서는 '동파육'과 '양고기 튀김', '조광 201'에서는 '마파두부'와 '라즈지'가 저의 베스트 추천 음식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다시 가신다면 어딜 가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길래, 바로 임태훈셰프의 '도량'과 신라호텔 '파크뷰' 뷔페가 떠올랐습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곳이니 언젠가 다시 가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집에 오는 길이 생각 외로 막히지 않고 시원하게 뚫려 있습니다.

폭염 주의보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데, 그래도 오늘 저녁은 바람이 불어서인지 선선하네요.


PS.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아들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임태훈셰프의 '도랑' 예약에 성공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오늘은 신라호텔 뷔페 '파크뷰'를 한번 더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달리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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