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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의 꿈과 희망

물속에서 헤엄친다고 보지 마세요. 전 날고 있으니까요(D-121).

펭귄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습니다.


정년퇴직 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멋지게 꾸며 가는 꿈.

예쁜 손녀가 당당하고 멋진 숙녀로 성장하는 꿈.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죽는 날까지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꿈.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은,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꿈.


이런 모든 꿈을 그려보게 도와준 일등 공신이, 바로 브런치입니다.



정년퇴직을 일 년여 앞두고, 그저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10월의 오전, 우연히 들른 브런치 팝업 스토어에서 제안받은 '작가의 길(Way of Writers)'을 통해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된 것이지요.

작가의 길.png [2024년 브런치 팝업 스토리, 성수동]


글쓰기? 작가?

저에게 글쓰기는 낯설고 생소한 일이었습니다.

마치 남의 옷을 입고 어색한 파티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30여 년의 직장 생활 동안 글쓰기는 보고서 또는 이메일이라는 것으로 갈음되어 있었습니다.

글을 함축하고, 단어는 압축하고, 담백함 보다는 미사여구로 점철된 기계적인 글쓰기...

그것이 저의 글쓰기였으니까요.


첫 글을 쓰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내가 과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른 후 열린 하얀 창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한 글자를 치고, 한 문장을 만들고...

한 문장을 지우고, 한 글자를 지우고...


가장 바쁜 것은 키보드의 백스페이스였고, 가장 한가했던 것은 저의 딱딱한 두뇌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제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최고의 선물이자 보물'이 되었습니다.


한낮의 일상 속에서 소중한 글감을 찾고,

잠자리에 들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생각들을 어둠 속에 수놓아보고,

아침에 일어나 그 조각들을 차분히 글로 옮기는 소중한 시간들...


이 모든 순간이 저에게 주어진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글쓰기를 통해 펭귄에게는 여러 가지 희망이 생겼습니다.


정년퇴직 후,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갈 수 있다는 희망.

예쁜 손녀가 커가는 모습을 나만의 공간에 영원히 담아둘 수 있다는 희망.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남은 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기록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 순간,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에 대한 기억을 남길 수 있다는 희망.


이런 꿈과 희망을 품고, 오늘도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키보드의 폭신한 감촉 하나하나가 글자가 되고 문장이 되어 가는 것을,

하얀 모니터를 뻑뻑한 눈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을 담습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글쓰기 랩탑 달리기.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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