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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약이 무효인 울음 폭탄, 심심해서도 운답니다

준비된 스마트 할부지 55, 심심해서 우나요?

손녀가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낯을 조금씩 가리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멀리서 웃는 얼굴로 천천히 시간을 두고 다가가면 입은 삐쭉거릴지언정 심하게 울지는 않아, 요사이 이런 전략으로 손녀에게 접근을 하고 있지요.



잠시 휴가 중이라, 아내와 함께 손녀도 보고 커피도 한 잔 마실 겸 딸애 집으로 향했습니다.

제 얼굴을 보고 입을 삐쭉거리기는 하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 안아도 울지 않습니다.


얼마 전 딸네가 저희 단지 내 아파트를 매입하였고, 내년 초에 리모델링을 하고 이사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짐 정리를 하다 보니 저희 집으로 보낼 것도 제법 있어, 딸애 차애 싣고 모두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아무래도 익숙한 집을 떠나 낯선 곳이라 그런지 손녀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불안해하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렸네요.


처음에는 조금만 어르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닙니다.

한참을 딸애가 달래도 자지러지게 우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지난번 아내가 한번 울음 폭탄이 터지면 대략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던데 이번에 처음 경험해 봤네요.


옛날 딸애도 이렇게 울면 제가 안고 밖으로 나가 달래곤 했던 기억이 나, 잠시 밖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밀폐된 엘리베이터에 타니, 손녀의 울음소리는 이제 360도 서라운드로 고막을 정신없이 때립니다.

같이 탔던 이웃 주민도 "대단하네요"라는 표정이니 좀 미안하네요.


아파트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으며 걷기 시작하니, 뭐가 서러운지 계속 흐느끼기는 하지만 울음은 잦아듭니다. 천천히 단지 내 이곳저곳, 단풍도 구경하며 한 20분 정도 걸었습니다.

2025_11_25 16_09 (4) (1).mp4_snapshot_00.10_[2025.11.29_22.19.52].jpg [손녀 안고 걷기]

어깨까지 들썩이며 흐느끼더니 어느덧 조용해집니다.

모자를 살짝 들어본 딸애가 그러더군요. "눈을 감고 자고 있다"라고요.


추워진 날씨에 오랫동안 밖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은 상태로 손녀를 안고 한참 동안 있었습니다.


한 30분 정도 잠을 잔 후, 깨어나서 두리번거리기는 하는데 더 이상은 울지 않습니다.

아마 잠투정을 해서 그렇게 울었나 봅니다.



잠투정 없이 잠을 잘 잤으면 정말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생후 0~24개월까지의 영아들은 렘수면(REM: Rapid Eye Movement), 즉 얕은 수면으로 자는 시간이 어른에 비해 약 2개 정도가 길다고 합니다.


지금 손녀가 6개월 차이니 렘수면이 전체 수면의 35~45% 정도를 차지한다네요. 그래서 잠이 와도 깊게 못 자고 작은 소리, 온도의 변화, 기저귀 상태 등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고 합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백색소음을 들으면 아기들은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네요.

주로 빗소리, 귀뚜라미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이 자장가 대신 많이 이용되는데 간혹은 청소기나 헤어드라이기 소리도 도움이 되기도 한답니다.


어떤 엄마는 아기가 잠 투정을 할 때 헤어드라이어기를 틀어 놓으면 효과가 좋기는 한데 본인이 시끄러워서 힘들었다는 후기도 본 적이 있습니다.


잠투정 심한 아기를 위한 효과적인 대처법을 찾아보니 이렇더군요.

1.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어 주세요.
아기는 일정한 리듬이 반복될 때 안정감을 느끼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수면 시간에 적응하게 됩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게 하고, 아침에도 일정 시간에 깨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2. 편안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방 안의 조명을 어둡게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침구 역시 부드럽고 포근한 재질로 준비하여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소음 역시 최소화하여 수면 시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3. 낮 시간 동안 에너지를 충분히 발산시켜 주어야 합니다.
아기가 낮 동안 활동량이 부족하면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햇볕을 쬐며 산책하는 것은 생체리듬을 조율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4. 졸음 신호를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품을 하는 등 졸리다는 신호를 놓치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게 하면 편안하게 잠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기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잠자리에 들기 전의 과정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거나 부드러운 마사지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입니다. 잠들기 전 조용한 음악이나 자장가 역시 아기의 긴장을 완화하고 안정감을 주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낮시간에 잠투정을 하는 것은, 변화된 환경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정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아무래도 늘 눈에 익던 자기 집이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 집이니 불안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고요.


심심해서 울 수도

어느 자료를 찾아보니 아기가 심심해서, 그리고 관심을 끌려고 운다는 내용이 있더군요.


특히 생후 4~6개월쯤 이유를 모르게 자주 운다면 '심심해서'일 수 있답니다.

이 시기에는 시력과 청력이 좋아지면서 활발하게 주변 정보를 흡수하는 때라, 탐구 욕구도 강해지고 뇌 신경망 역시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엄마가 달래도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때 잠시 집 밖에 데리고 나가면 울음을 뚝 그치게 할 수 있는데, 아기가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사물을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오늘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자지러지게 울 경우, 아기를 안고 밖으로 나가 산책하는 것도 무척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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