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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개인물건은 얼마나 될까요?

스마트 사무실 공사를 위해 물건을 정리했습니다(D-327)

오늘은 아침부터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기존 사무실을 스마트 사무실로 변경하기 위해, 개인 짐과 공용 짐을 전부 옮겨야 하기 때문이지요.

원래는 오전 10시부터 정리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누군가 먼저 정리를 시작하니 마치 도미노처럼 옆사람도 정리를 하고 있어 안 따라 할 수가 없네요.



한번 정리를 해서 그런지 쌀 물건은 별로 없기는 한데, 박스 포장을 하다 보니 또 추가로 넣을 것이 생기네요.

커다란 박스에 모니터 받침대, 서랍장에 있던 잡다한 문구류, 노트북과 모니터를 연결하는 각종 케이블 등 다양한 물건을 욱여넣습니다. 저도 나름 정리를 잘하는 편이라 한 박스에 전부 들어가고도 좀 여유가 있네요. 문제는 자질구래한 작은 물건을 비닐봉지나 조그만 박스에 통째로 넣었는데, 이리저리 뒤 섞여서 다시 정리할 때 귀찮을 것 같습니다.


가끔 심심하면 집 안의 장식장, 서랍장, 싱크대 상부 찬장, 베란다 창고 등을 한 번씩 정리를 합니다.

그럼 쓸모없는 것은 버리고 잘 정리하면, 기존 공간 대비해서 40% 이상을 더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정리한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지요.

처음에야 쌓아 올린 물건이나 쑤셔 박은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가물거리거나 아예 정리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럼 잘(?) 정리했던 것을 하나하나 꺼내서 확인한 후 겨우 찾곤 하는데, 문제는 정리해서 다시 넣으려고 하면 안 들어간다는 것이지요.

참 희한합니다. 분명히 같은 공간에서 같은 물건을 꺼냈는데 왜 다시 안 들어갈까요?

결국 전부 다시 꺼내서 차곡차곡 정리를 해야만 이전처럼 꺼냈던 물건이 다 들어갑니다.


특히 종이상자와 같이 내부가 안 보이는 곳에 여러 물건을 넣어두는 경우 더더욱 기억이 안 납니다.

그래서 종이상자 외부에 포스트잇으로 넣어진 내용물의 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일회용품, 건어물, 주방용품' 등과 같이 말이지요.

그럼 아무래도 나중에 기억하기도 쉽고, 대충 어느 상자에 들어 있는지 알기 때문에 전부 열어볼 필요도 없고요.

뭐 이렇게 해도 100% 정확히 찾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합니다.

그냥 건어물이라고 적었더니 멸치, 북어, 다시마, 미역, 고사리, 부지깽이나물 중 어떤 게 들어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일회용품도 종이컵(대/중/소), 종이 밥그릇, 수세미, 행주, 나무젓가락, 일회용 수저와 같은 것이 들어있다 보니 상세한 물건을 찾으려면 한 번씩 열어보는 수고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한 상자에 한 종류만 넣으면 공간이 많이 빈 경우가 있습니다. 그럼 다른 것도 살짝(?) 넣다 보니 이 박스에도 건어물, 저 박스에도 건어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제 책상과 서랍에 있던 개인 물건을 전부 한 박스에 모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표를 쓴 후 조그마한 종이박스 하나에 물건을 담아서 회사 현관문으로 나오는 짠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저렇게도 개인 물건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저도 물건을 정리하다 보니 그보다 많지는 않을 것 같네요.


덕분에 퇴직 전 쓸모없는 물건을 한번 더 정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정리는 한번 더 하겠지만, 크게 망설이지 않고 제 것만 가지고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인생은 공수래공수거'라고 해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그럴 때는 아니지만 회사 생활도 빈 몸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빈 몸으로 나오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는 늘 이름 뒤에 직함(직책에 대한 호칭)이 붙어 있었는데, 정년퇴직을 하면 그냥 누구 씨 또는 누구의 아빠로 불려지겠지요.

그러고 보니 원래 제 것은 아니었지만, 퇴직하면 직함도 놓고 나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마음과 정신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지 않을까 하네요.


오늘도 펭귄의 짧디 짧은 다리로 달리고 달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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