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그래서 그런지, '어리숙하다'는 뜻을 가진 중국어 단어들이 참 예뻐 보인다. 샤아(傻, shǎ), 뻔(笨, bèn), 따이(呆, dāi), 추운(蠢, chǔn), 후투(糊塗,hú tú )가 전부 '어리숙하다'를 뜻하는 단어들이다. 발음도 다 너무 귀엽지 않나?
'아, 한국어로 읽어서는 그 느낌이 나지 않는구나..... '
성조를 넣어서 발음하는 걸 배우고 나면, 이 발음이 왜 귀엽게 느껴지는지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성조를 배워서 한번 발음해 보시길, 정말 귀엽다.
오늘은 그중에 후투(糊塗)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후투(糊塗)는 머리가 안 똑똑하거나, 일을 하는데 얼렁뚱땅하거나, 사리에 밝지 않은 것을 뜻한다.
이 글자가 발음은 참 재미있는데, 생긴 게 상당히 어렵잖아? 나는 이 단어를 중국어 초급일 때 배웠단 말이지, 그런데 글자는 기억을 못 했더랬다. 뭐, 지금도 못 쓰기는 마찬가지다. 글자를 보면 이게 후투인지는 읽을 줄 안다.
중국어를 배우다 보면 어떤 글자를 못 써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게 된다. 모국어자들도 그렇거든. 우리의 심플한 한글과 달리 어떤 한자는 획이 상당 많다 보니, 보고는 읽어내지만 쓰라고 하면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 후투면(糊塗麵)을 파는 가게가 있다. 가게 이름도 후투면이다. 우리나라 음식맛과 비슷한 면이 있어, 비가 오는 날이면 즐겨 먹었다. 그렇게 열심히 먹고도 후투면의 후투가 내가 예뻐라 하는 단어 후투와 같은 것인 줄을 몰랐다. 난 이걸 수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어머! 후투면의 후투가 어리숙하다의 후투잖아! 사장님이 국수 이름을 너무 예쁘게 지어놨잖아?'
하지만 이것도 오해였다. 후투면은 사장님이 아무 국수에다 이름을 갖다 붙인 게 아니라, 정말 후투면이란 게 있었다. 후투면은 중국의 중남지역 하남성(河南省)지역의 특색음식이다. 허난성(河南省) 안에서도 지역마다, 시기별로 후투면을 만드는 방법이 다 다르다. 이 국수 안에는 뭐든 다 넣을 수 있는데, 허난성의 가난한 가정의 일상 식사라고 알려져 있다. 허난성의 농촌 지역에서는 경조사 때 후투면이 빠지지 않았다고 한다. 가난을 벗어난 지금, 후투면은 허난(河南)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는 음식이 되었다.
내 단골집 후투면 가게의 여사장과 종업원들은 다 내 얼굴 기억한다. 한국에서 방학을 보내고 오래간만에 후투면을 먹으러 들리면, 여사장의 눈빛에서 '너 참 오래간만에 왔구나'하고 반기는게 보인다.
누군가는 이 후투면 가게의 모든 직원들이 시끌벅쩍하게 주문을 받는지라 싫다고 했지만, 나는 이 면가게 여사장의 걸걸한 목소리가 참 좋다. “이 아가씨, 후투면 한 그릇.”하고 소리를 지르면, 문입구의 오픈된 주방쪽에서 후투면 끊이는 걸 전문으로 담당하는 아저씨가 “한 그릇.”하고 크게 회답하며 주문을 접수받았다고 알린다.
여사장 눈에 나는 항상 '샤오지에(小姐, 아가씨)다. 아, 샤오지에(小姐)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일단 중국과 대만에서의 뜻이 다르다는 것만 이야기해 두기로 하자.
참고 :
1. https://zh.wikipedia.org/zh-cn/糊涂面
2. https://blog.pklife.tw/2022/06/taipei-hu-tu.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