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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y 06. 2024

탕후루

    “고모, 탕후루 해줘.”

    “탕후루가 뭔데?”

    경도가 유튜브 영상을 찾아 고모에게 보여준다. 일단 과일을 깎아 꼬치에 꽂는다. 냄비에 설탕과 물을 넣고 녹인다. 투명하게 녹은 설탕물을 꼬치에 붓는다. 십여 분간 식히면 과일 꼬치가 설탕물에 반질반질하게 코팅이 된다. 

    "탕후루(糖葫蘆tánghúlu)네." 고모가 성조를 더해서 다시 발음해 준다. 


    “좋은 과일을 그냥 먹지, 왜 설탕물을 발라먹어?” 고모가 반대를 표한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탕후루, 탕후루 하길래 먹고 싶어졌어.” 

    경도가 고양이 눈을 하고 고모를 올려다보는데, 고모가 마음이 약해진다.

    '그래, 내가 졌다.'

    고모는 유튜브 영상을 봐가며 설탕물을 만들고, 경도는 청포도를 쇠젓가락에 끼운다. 제사 때 돔베기를 끼우느라고 싸둔 꼬치가 마침 안 찾아졌다.


    설탕물을 발라 식힌 청포도 탕후루를 서로 먹겠다고 싸우더니, 네 꼬치를 먹고는 단맛에 질린 누나가 경도에게 한 꼬치를 양보해 준다. 

    “고모 내일 또 해 먹자.” 경도가 말한다.

    “안돼.” 

    이것들은 제 엄마한테는 해달라고 안 하면서, 고모한테는 뭐든 다 해달라고 조른다. '엄마한테 해달라고 해.' 그러면, 엄마는 직장을 다녀서 힘들어서 안 된단다. 이런 효자 효녀가 있나.


    사실, 우리가 만든 탕후루는 좀 실패작이었다. 유튜브 영상을 그대로 따라 했는데, 설탕물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굳지 않았다. 그냥 끈적한 설탕물을 과일 꼬치에 묻힌 꼴이 되었다. 그게 얼음설탕을 안 쓰고 일반 백설탕을 써서 그런가 싶었는데, 나중에 대만친구에게서 배우고서야 어느 부분이 잘못되었는지 알았다. 설탕은 어떤 설탕을 써도 되는데, 설탕을 녹일 때 젓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끓인 설탕물은 신기하게도 굳으면 얼음처럼 딱딱해졌다. 

뤼튼 AI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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