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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y 02. 2024

한낮

    두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루 종일 핸드폰만 잡고 있으니 고모는 밖에 나가 놀라고 부추긴다.

    “지금 나가면 떠 죽어.” 경도가 대답한다. 


    시골의 유월 한 낮은 정말 뜨겁긴 하다. 도심의 후덥지근함과는 또 다르다. 잠시 나가 놀았다 싶으면 목 등이며 콧잔등이며 햇볕이 내리 꽂힌 곳이면 에누리 없이 빨갛게 익어버리는 따가운 뜨거움이다.

    “실험 한번 해봐. 떠 죽나 안 떠 죽나? 소현아 너도 같이 나가, 여자가 빨리 떠 죽나 남자가 빨리 떠 죽나 보게." 고모가 밀어붙인다.

    “이 씨!” 소현이 고모를 째려본다. 

    

    그래, 너무 더운데 밖에 나가 놀라고 몰아붙이기도 좀 그렇다 싶다. 그렇다고 그냥 두면 잠시 핸드폰을 놓는가 싶다가도 언제 또 손에 핸드폰이 가 있다. 

    “또 핸드폰 만져?”

    “할머니한테 전화하려고.” 소현이 억울하다는 듯이 답한다. 

    소현이는 페이스톡을 할 모양이다. 

    “경도야 너도 같이 가서 얼굴 좀 보여드리고, 할머니한테 말씀드려. 오늘 떠 죽는 실험 하러 나갈 거라서 다시는 못 볼 수 있기 때문에 잘 봐두시라고.”

    “뭐래!” 경도가 소리를 꽥 지른다. 


    고모가 자기들 심심하지 말라고 갈구는 걸, 애들이 알 턱이 있나.

뤼튼 AI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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