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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해 May 09. 2024

안경

    고모는 대만으로 돌아가기 전에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한다. 게을러서 좀체 안경점에 갈 생각을 않다가 경도의 핸드폰을 고치러 나가야 하게 생기자, 겸사겸사 볼일을 보기로 한다. 

    경도와 소현이를 데리고 이 안경점 저 안경점,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찾을 때까지 둘러본다. 

    고모는 선택장애가 심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뭘 고르지 못한다. 혼자 못 고르니 아쉬운 따나 뭘 제대로 볼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누나 소현에게 물어본다. 소현이가 이건 예쁘고 저건 우주인 같다고 시원시원하게 대답하지만, 고모는 애가 하는 말을 호락호락 믿지도 못한다. 그래서 소현에게 안경을 씌워놓고 자기에게도 어울릴지 궁리해 본다. 

    안경을 쓴 누나를 향해 경도가 하는 말이. 

    “안경 벗어! 똑똑해 보여.” 


    경도는 누나를 좋아하면서도 좀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2살 차이가 나는 경도와 소현이는 남들이 이란성쌍둥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키가 똑같다. 경도는 누나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더니, 이제 힘으로도 말발로도 누나 소현을 이겨 먹는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둘째 아이들은 그게 자기들의 생존법인 것을 아는 냥, 자연스럽게 스스로 첫째 이기는 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 같다.  

    "부러워하지 말고, 니도 쓰고 똑똑해 보여봐."

    고모는 안경집 사장님이 눈치 줄 것 같은 것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켜 주는 것에 비하면 체면 따위 비길 바가 못된다. 

    애들 둘까지 데려와서 그렇게 뒤적였으면 결국은 구입이라도 하면 체면이 좀 덜 깎이겠지만, 고모는 결정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상점을 나올 때면, 안경집 사장의 탐탁잖아하는 눈화살을 맞는다. 

    "슝!"

    고몬들 그러고 싶겠나? 선택장애가 병인 것을 어쩌누!

뤼튼 AI로 그림(뤼튼 AI가 업그레이드를 했다. 4장의 그림을 제공해 주던 것이 한 장만 보여준다. 양은 줄었지만, 속도는 더 느려졌다. 하지만, 질은 상당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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