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이면 어느 집이나 한 마리씩 있는 개도 없다
곡식 창고 앞에 웅크리고 졸고 있는 고양이조차도 없다
그 아이 엄마는 개나 고양이를 키우시지 않으신다
정이 들면 이별하기 싫어서라고 하신다
어느 날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웬일이지! 고양이 울음이 들리네 어디지?'
아주 약하게 우는 게 애처롭다
아이는 소리 나는 쪽을 찾아가 본다
부엌 한쪽 구석에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야옹야옹" 한다
솜뭉치처럼 부드러운 털에 파란 눈이 신비로운 아기 고양이를 보고 아이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추우니까 따뜻한 곳을 찾아 들어온 듯하다
너무 작고 어리다
아기 고양이가 엄마 고양이를 잃어버린 모양이다
어쩌다가 홀로 남겨졌을까
아이는 엄마에게 아기 고양이가 부엌에 들어왔다고 하니 잠시 엄마가 고민하신다
"키울래?"
"응 엄마~ 키우고 싶어 불쌍해"
"그러자 엄마를 잃어서 가여우니까 키우재이"
엄동설한에 내치면 죽을 수도 있어서 키우시기로 결정하신 모양이다
그렇게 아기 고양이는 집과 가족이 생겼다
아기 고양이는 아이를 잘 따랐다
먹이도 주고 추우면 안아서 아궁이 앞에서 따뜻하게 데워줬다
부뚜막 주인이 생겼다
따뜻하니 좋은가 보다
졸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부뚜막에서 처음 만나서 이름을 '부뚜'라 지어서 불렀다
부뚜는 금방 자랐다
제법 의젓하다
자라면서 눈이 연둣빛이 돌면서 더 예뻐졌다
가끔 쥐를 잡아서 문 앞에 둬서 아이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이는 그대로인데 부뚜는 어느덧 훌쩍 자랐다
수려한 외모를 뽐내는 부뚜를 이웃의 할머니도 무척 예뻐해 주셨다
마치 예전처럼 이 집에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고양이가 강아지처럼 아이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할머니는 신기하다고 했다
"고양이는 잠자는 게 일인데 낮에도 잘 돌아다니네 그 녀석 참"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인가 고양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 아이는 온 동네를 다 찾아다녔다
"할머니 우리 부뚜 못 보셨어요"
"글쎄다 못 봤데이 어디서 자고 있는지 잘 봐래이"
아무리 찾아도 없다 보았다는 사람도 없다
부뚜가 없어지니 그 아이는 하루 종일 부뚜 걱정에 시무룩하게 다녔다
'어디를 간 걸까'
부뚜가 없어진 지 일주일이다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 부뚜만 없어서 아이는 슬펐다
새벽에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반가움에 후다닥 뛰쳐나갔다
부뚜의 뒷다리 한쪽이 너덜하게 흔들흔들하면서 겨우 붙어있다
뭔가 커다란 놈에게 물린 듯하다
아이는 울면서 고양이를 끌어안는다
"엄마 부뚜 왔어 많이 다쳤어"
"뭐라고! 아이고 이게 뭔 일이로"
이웃집 할머니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들어와서 보시더니 큰일이라고 같이 걱정해 주신다
시골이라 딱히 동물 병원이 없어서 애가 탄다
아이는 너덜거리는 부뚜의 다리에 조그만 나무를 대고 묶어서 고정시킨다
빨간 약도 발라주고 먹이도 먹여주고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아이의 정성에 부뚜는 조금씩 기력을 회복한다
다행히 다친 쪽은 이상하기는 하지만 다리를 잘라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붙어서 살짝 끌면서 다닌다
졸지에 불구가 되어버린 부뚜는 불편해도 열심히 아이의 뒤를 쫓아다닌다
가끔 다리를 보면 아이는 눈물이 났다 얼마나 아프고 불편할까 싶어서 더 잘 보살피고 안아줬다
꽃이 피고 지고 눈이 내리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다리의 상처가 조금 흉해도 그 아이에게 부뚜는 사랑스러운 가족이었다
다리가 불편해진 부뚜는 절뚝거리며 아이를 쫓아다녔다
마치 잠시라도 떨어지기 싫은 듯 그렇게 붙어 다녔다
바람이 차가워지기 시작한 어느 날
부뚜가 또다시 없어졌다
아이는 온 동네를 다 찾아다녔다
이웃집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죽을 때가 돼서 나갔대이 죽는 모습을 안 보이고 싶어서 나가서 죽는대이"
할머니의 말씀에 시무룩해진 아이는 또다시 구석구석 찾아 나선다
"부뚜야~ 부뚜야~"
아이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지만 부뚜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온 동네를 뒤지고 앞산 뒷산을 돌아다니면서 찾았지만 결국은 못 찾고 힘없이 터덜터덜 돌아오는 아이의 어깨는 한없이 축 쳐져있었다
부뚜는 아이의 간절함에도 아랑곳없이 그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그리움에 부뚜와 앉아있던 양지바른 담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지나다니는 동네 개와 고양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어제와 같던 부뚜와의 추억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아기고양이
#그아이는어디있을까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