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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여 Dec 17. 2024

기억속의 먹거리는 그리움으로 7

속 터진 만두

엄마 아빠는 신김치를 싫어하셨다

엄마는 늘 김치를 새롭게 하셨고 우린 자연스럽게 생김치가 입맛에 익숙해졌다

김치가 쉬면 찌개를 해 먹었지 그냥 먹지는 않았다

오빠가 서울로 유학 가기 전에는 신김치에 여러 재료를 넣고 속을 버무려서 만든 만두가 뭔지도 몰랐다

물론 본 적도 없었겠지

엄마는 웬만한 음식은 뚝딱 잘 만드신다

그런데 만두는 한 번도 해 주신적이 없었어


어느 날 오빠가 서울에서 먹어본 만두 얘기를 했지

엄마는 본 거 들어본 거 맛있는 거는 꼭 한 번씩 집에서 해 보신다

우리들 먹이고 싶어서 그러셨겠지


그날은 만두에 도전하셨다

엄마가 속을  만드는 과정을 보지는 못했다

워낙에 빨리하시고는 우리를 부르니까 사실 볼 틈이 없었다

밀가루 반죽은 언제 해놓으셨는지

만두는 언제 혼자 다 빚으셨는지

손이 진짜 빠르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만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엄마는 어쩜 그렇게 똑딱 만드셨을까 놀랍기만 하다

 

한 가지 엄마가 몰랐던 게 만두 찌는 거였나 보다

보신 적이 없었으니 몰랐을 수도 있었겠다

오빠가 뭘 안다고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을 터


엄마는 밥통에다 만두를 찌신 모양이다

열어 보니 만두가 다 터져있었다

엄마의 표정이 어땠는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도 놀란 표정이었겠지 이게 와 이러노!!! 하면서


그래도 처음 먹어보는 서울 음식이란 생각에 기대를 하고 먹었다

모양은 없어도 터진 만두는 너무나 맛있었다

만두소를 맛있게 잘 버무려서 그런 거겠지

만두피는 흐물흐물하게 터져있었지만 그래도 마치 넓적한 칼국수처럼 부드러워 나쁘지 않았다


동생은 어려서 그런가 먹고 맛없다고 다 토했다

김치가 매워서 속도 매웠으리라 

동생은 어렸으니 그 맛을 어찌 알았겠는가 짐작해 본다


그 이후로 난 만두를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의 정성으로 빚어낸 만두가 시간이 흘러도 내 머리엔 최고의 음식으로 남아있다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

근데 안 먹는 음식은 많다

그런데도 식구들이 좋아하면 꼭 맛있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엄마는 뭐 좋아해 뭐 먹고 싶어

애들은 항상 물어본다

엄마는 항상 우리 먹으라고 맛있는 거 해 주시는데 우리도 엄마가 좋아하시는 거 주고 싶어

응 맛있는 만두!!


애들은 아빠와 의기투합해서 만두를 만들 계획을 세운다

김치냉장고에 잘 숙성된 김치가 있으니 문제없다

만두소 재료를 다지고 짜고 내편은 신이 나서 만들고 만두피는 사 온 걸로 한다

반죽을 만들고 밀면서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게 이유다


애들은 만두를 같이 빚으면서 즐거워한다

아빠 난 잘 안돼

속이 터지지 않게 만두피끝에 물 발라서 꾸욱 눌러주면 돼

속 먹자는 만두고 겉 먹자는 송편이다!! 하면서 애들에게 만두 빚는 법을 가르쳐준다

설날마다 만두를 하도 많이 만들어서 내편은 만두 만드는 걸 잘한다

맛은 말해 뭐 해 당연 최고지!!!


명절마다 나의 명절 동서인 내편

잘 키운 내편하나 열 동서 안 부럽다


엄마가 저 위에서 보시면 남편을 부엌 출입 시킨다고 뭐라고 하실라나



#속터진만두

#추억

#먹거리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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