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이 없었던 우리 집은 겨울철 간식 고구마가 집에 없었다
마당이 없어서 감나무가 없으니 홍시도 먹기 힘들었다
지금이야 마트에 가면 다 살 수 있지만 그 시절엔 웬만한 건 다 자급자족이었지
겨울에 사촌끼리 큰집에 모여서 창고방에 앉아서 고구마를 까서 먹었다
쪄서 먹는 것보다 그냥 까서 먹으면 즙이 나오면서 단 맛도 나고 소리도 좋고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고마운 간식이었다
큰집 광에는 뭐든 보관된 게 많았다
커다란 무 맛있는 고구마 그 외 밭에서 키운 작물은 다 보관되어 있었던 거 같았다
설날이나 추석 때 큰집에 가면 먹을 게 넘쳐났다
커다란 감나무에 감도 주렁주렁 열려 있었는데 홍시는 큰집에서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
외갓집 뒤꼍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작은방 창문에서 보면 감나무가 보였다
나는 감나무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외갓집 감나무는 너무 크고 발디딤할만한 나뭇가지가 부족했다
나무꼭대기에 예쁜 주황색의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었지
어느 날인가 그거 보겠다고 까치발 뜨고 보다가 넘어지면서 발바닥에 유리가 박힌 적이 있었다
그 밑에 깨진 유리조각이 있었던 걸 몰랐다
발바닥에 푸르스럼하게 피멍이 들고 홍시와 같은 색의 붉은 피가 주르륵 흘렀다
그날 이후로 홍시는 아예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감나무에 오르겠다는 생각도 냉큼 버렸다
우리 집은 고구마와 홍시는 없었지만 엄마는 부사를 많이 사 주셨다
사과 중에서도 으뜸인 부사는 흔하게 먹을 수 있었다
아버지 친구가 과수원을 하신다고 떨어진 사과를 많이 주셨다
그러면 미안해서 팔아주신다고 사 오셨기에 사과는 늘 집에 넘쳐났다
특별히 간식을 먹으면서 크던 시절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구마와 홍시는 최고의 간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고구마와 홍시를 엄청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지금은 모든 게 흔한 세상이다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간식이 천지삐깔이다
딸기가 겨울에도 나오니 아이들이 제철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옛날구전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엄마가 죽을병이 생겼는데 어느 날 엄동설한에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한다
효녀였던 딸은 엄마에게 딸기를 구해주겠다고 추운 겨울 산속을 헤매며 딸기를 찾는다 그런데 눈 속에 딸기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지쳐 쓰러져서 있는데 산신령이 나타나 '너의 효심에 감복하여 딸기를 주노니 엄마를 살리거라' 하고는 뿅 사라졌다
효녀는 엄마에게 산신령이 준 딸기를 드렸고 엄마는 그걸 맛나게 드시고 몸이 회복되어 벌떡 일어나셨다는 그런 얘기다
그런데 요즘 애들은 딸기가 마트에 가면 파는데 굳이 산속을 헤매냐고 의아하게 생각하겠지
제철이 언제인지도 모르니 겨울에도 원하면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 생각할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그런데 너무 풍족해서 그런가 그때처럼 맛이 있진 않은 것 같다
물론 배부른 자의 호사스러운 감정이리라
인간의 입맛이 이렇게나 간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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