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그러므로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사도 바울 [1]
내 삶에 절묘한 균형은 일하고 놀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웍 플레이 러브 중 '웍'은 온전히 나 이외의 것을 가로막는 집을 짓는 것입니다. 의도적으로 소통을 단절시키고 나만의 나무 상자 집에 고립하여 작업합니다.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하고 홀로 고립되어 글쓰기 하는 것이 나의 방식이라면 방식입니다.
'글쓰기를 왜 하냐'는 물음에 이제는 답할 수 있습니다. 나의 대답은 '플레이'입니다. 굳이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나'를 위한 것이고 무언가를 위해서라면 '재미'를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 ‘러브’가 없다면 앞서 일하고 즐기는 내 삶은 금세 중심을 잃고 말 것입니다. 사랑이 있어야 내가 일하고 즐기는 것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인 가정입니다. 삶에 큰 변곡점을 꼽자면 사랑하는 아내를 만난 것이고 다음으로는 두 아들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맞이할 때마다 나의 가치관과 우선순위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느낀 것은 아내가
"당신 예전과 참 많이 변했네"
라고 말했을 때입니다. 묘하게 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변한 나의 모습이 아마도 내가 추구하려는 모습과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변하기 전에 나는 내 자신과 나의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미안 일이 있어서"
"이번엔 일이 바빠서 안될 것 같은데"
"이것만 끝내고 나서 생각해 보자"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일은 나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그러기 위해 스스로 시험대 위에 자주 올라섰습니다. 많은 시간을 일과 함께였고 '어쩔 수 없으니 이해해 달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나를 존중해 주었습니다. 아내는 착한 사람입니다. 나에게 없는 이타심이 있고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과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7년 연애하고 결혼해서 9년이 지났습니다. 함께한 세월만큼 내가 변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나도 이제 "그럴 수도 있지"하는 여유를 부리기도 합니다. 여유가 있다 보니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는 시야가 생긴 것도 같습니다. 내 일에서 날카롭게 가다듬으려고 했던 내가 엉뚱하게도 '작가지망생'을 하고 싶은 것도 하나의 숲에서 바라본 나의 꿈입니다. 그런 나를 아내는 항상 응원해 줍니다. 해보라고 합니다.
아내 덕분에 나는 일과 글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영부영 잡는 시늉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절대 쉽지는 않습니다. 직장에서의 일, 글쓰기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까지 모두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내의 지지 없이는 절대 병행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알고 있습니다. 이 '운명적 공대생의 글쓰기' 연재가 완결이 되어 어떠한 형태로든 책으로 환원된다면 반은 내가 한 것이고 절대적으로 반은 아내의 몫입니다. 내가 변한 것 중에 하나는 내가 한 모든 일에는 조력자가 있다는 인식입니다. 내가 오롯이 잘해서 내가 했으니까 그 결과 또한 내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다는 말입니다.
언제나 내 곁에는 보이지 않는 조력자가 있어 왔습니다. 넓은 인생 범위로서는 당연히 부모님이 계실 테고 지금까지 오는 여정에서 만난 여러 선생님들 모두가 나를 도왔습니다.
지금은 절대적으로 아내는 나에게 영원한 조력자이자 러닝 메이트이며 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아내는 내가 바라는 전부를 해주듯, 나와 아내 또한 '아이에게 바라는 전부'를 해주는 것을 육아 방침으로 삼습니다. 우선 하면 안 되는 한계 행동엔 선을 긋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고 바라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힘씁니다. 마음이 충만한 아이는 결코 제멋대로 되지 않을 거라는 우리의 교육관이 반영된 것입니다.
언뜻 보기에 '아이에게 바라는 전부'가 엄청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기껏해야 도둑·경찰 놀이에서 도둑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아이를 위한 최고의 육아 방침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내와 내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과 그 모습을 아이가 바라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우리 가족의 '사랑'스러운 모습입니다.
“아이가 자라서 결혼과 부부 그리고 육아 모두를 의미 있고 멋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내와 나는 '사랑'을 실천한 것입니다.”
(다음편 예고)
*단골독자이신 이제은(브런치작가) 님의 안내를 받아 시를 한 편 옮겼습니다.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라이너 쿤체 <두 사람> [2]
[2] (옮김) 라이너 쿤체 "두 사람" 시를 <시로 납치하다>에서 류시화가 옮김
*5~9화: 근면한 글쓰기
*10~15화: 채집하는 글쓰기
*16화~: 고립되어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