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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Sep 15. 2023

때론 말간 얼굴로 거울을 보곤 해

12주 -16주에 어느 정도 판가름 나는 성별 확인 이후 최대 관심사는 1,2차 기형아 검사하는 시기 그리고 그 이후 입체초음파를 확인할 수 있는 26주일 거라 생각한다. 처음으로 아기얼굴의 윤곽을 제대로볼 수 있고 정밀 초음파로 아기의 신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손가락, 발가락부터 위장, 신장, 항문처럼 내장기관의 형성까지도.


이쯤에 받는 입체초음파 사진은 유명 아기얼굴 복원 3d업체에 사진을 보내주면 약 생후 50일 무렵으로 짐작되는 아기얼굴사진을 유료로 받는 서비스도 예비엄마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물론 나는 태어나면 아기 얼굴 볼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돈 쓰나 싶어 보류했지만.


팔로 가드를 올리는 것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오늘아기얼굴을 볼 수 없으려나 싶었지만 다행히 꼬물꼬물 뱃속에서 잘 놀던 아기는 마지막에 팔을 살포시 내려 얼굴을 보여주었다.


인화된 사진을 보며 코가 남편을 빼다 박은 아기모습에유전자의 신비함을 다시금 느꼈다.


내가 남편 미니미를 낳겠구나.


신기하면서도 약간은 서운한 기분이었다.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는데 나를 닮은 구석이 안 보이고 남편만 쏙 닮은 구석이 보였기 때문에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면서도 얄미웠달까.


양가 부모님께도 사진을 보여드리자 어머님은 누가 봐도 남편아들인 게 티 난다고 웃으셨다. 물론 아직 임신

중후반이고 신생아들은 태어날 때랑 자라면서 모습이 시시각각 변한다고 했지만 아기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기를 만날 남편이 자신과 닮은 그 작은 생명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벌써 궁금하다.


임신 이후에 육아휴직을 미리 쓰고 인천으로 올라오면서 나는 외출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화장하고 꾸미는 일도 부쩍 적어졌다. 친구들도, 다닐 회사도 없는 남편만 따라 올라온 인천에선 혼자 돌아다닐 일이 적었다.


몸이 편해지자 마음도 스트레스를 받지않아 더 건강해지긴 했지만 회사 출근할때 하루가 멀다 화장하고, 예쁜 옷들을 입고, 자주 놀러 다니기도 했는데 배가 불러오고 임부복쇼핑몰만 구경하면서 펑퍼짐한 옷에 스킨로션만 바르며 살다 보니 어느날 본 거울 속의 나는 푸석해진 채였다.


배도 볼록 나오기 시작하면서 가끔 주수사진을 남기곤하는데 이따금 말간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볼록 부푼 배 아래 생명력이 꿈틀대는 태동을 느끼며 생각하곤 한다.


이대로 건강하게만 나와달라고. 그리고 이왕이면 엄마도 조금 더 닮아보자. 누가 뭐래도 엄마 아빠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기일 거야 우리 만월이가.

(예비 고슴도치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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