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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02. 2023

임신기간에 겪은 나의 이벤트들

40주 동안 아기를 뱃속에 품은 임신기간 280일을 열심히 달려와 출산하기까지 다양한 이벤트들이 존재하는데 나의 경우엔 입덧, 임신성당뇨검사 재검확정, 41주 분만이라는 거 외엔 임신기간에 맘 졸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출산 후 만월이가 생후 17일이 되는 날인데 회고록처럼 지난 임신기간에 겪은 일 몇 가지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1. 빙판길에서 미끄러져 대차게 넘어지기

이때는 임신사실을 몰라서 술도 마시고 빙판길에서 대차게 넘어져놓고도 웃기다고 웃던 시절이었다.

2주 후 5주 차입니다(임신)라는 말과 함께 아기집을 초음파로 본 후 문득 생각해 보니 대차게 넘어졌어도 우리 아기가 건강하게 있어줬구나 하고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워낙 발을 어딘가에 헛디디고 넘어지는 일이 잦은 편이었어서 남편도 이걸 제일 걱정했었는데 몰랐을 땐 웃겼지만 임신을 알고 나니 그때 엄청 심하게 넘어졌어도 아기가 멀쩡해서 참 다행이라 느꼈다.


2. 입덧 지옥의 시작

이건 임산부들 대부분이 겪는 이벤트로 다양한 입덧이 존재하지만 나는 토덧 말곤 크게 없었다. 메슥거림이 심해서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헛구역질하느라 힘들었지만 입덧약을 처방받고 세상에 이런 약이 있다니! 하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효과는 엄청 좋았다.


인천- 천안을 왔다 갔다 하며 산부인과를 다녔던 내게 차멀미도 완화시켜 주었던 고마운 입덧약. 단점은 바우처로 구매하더라도 가격이 싸진 않다는 것.


3. 임신성당뇨 검사


세상에.. 재검이 떠버려서 재검결과 나오기 전까지 며칠을 우울하게 보냈던 시절. 물론 당뇨가 확정되면 그만큼 식단관리를 통해 더 철저히 관리할 수는 있지만 이왕이면 임당검사 통과하는 게 더 좋다 보니 재검날 전까지 샐러드 먹고 과일도, 음료수도 끊고 운동도 더 하고 검사에 임했던 기억이 난다.


멜론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냉장고에 있던 멜론도 외면한 채 며칠만 참자 하고 버텼던 여름날. 임당 검사를 처음 하면 극악의 달달함을 자아내는 액체를 마시고 한 시간 뒤쯤 채혈을 하는데 물도 마실 수 없어서 엄청 고역이다.


근데 그걸 통과하지 못하면 재검 때는 2배 이상의 큰 시약을 마시고 두 배 이상의 달달함으로 인해 느글거림까지 동반될 수 있는 공복의 상태에서 4시간을 병원에서 대기하며 1시간 단위로 채혈을 해야 한다.


배도 부르고 체력도 가뜩이나 없는데 대기실에서 네 시간이나 있어야 해서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초조했는지 이건 경험해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다. 임당이면 아기한테도 영향이 갈까 봐 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 같다.


무사히 정상수치로 통과하고 병원을 나와 유난히도 당겼던 국밥 한 그릇을 먹고 한창 꽂혀있던 메론소다 음료도 사 마셨던 그 순간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4. 또 넘어지다

친정에 가는 날이었는데 남편이랑 주차장 가는 길에 아스팔트 바닥이 파인 걸 못 보고 그냥 걷다가 무릎을 박았다. 핸드폰 액정도 박살이 났다. 연애 때도 몇 번 넘어지고 남편에게 앞을 안 보고 다닌다고 혼나서 넘어지자마자 우리 아기 괜찮나, 오빠 화났겠군 두 가지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핸드폰이 깨진 거랑 상처가 아픈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보통 남편은 함께 걸을 때 내가 넘어질까 봐 손이나 팔을 잡고 같이 걷는데 오빠가 잠시 손을 놓고 걷던 그새에 넘어져버려서 할 말이 없었다.


다행히 태동이 활발히 느껴지던 시기여서 배부터 만져보았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힘찬 태동이 느껴져 안심했었다. 무릎의 상처는 거의 삼주를 갔었다.


5. 예정일인데 엄마 안 보고 싶어?


38주부터 40주 사이에 보통 아기를 제일 많이 출산한다는데 예정일은 9월 8일이었고 나는 적어도 39주 지나서 아기가 태어났으면 하고 바랐다. 가을 아기였음 싶어서 이왕이면 9월에 나와라~ 하고 빌었는데 엄마가 너무 간절히 바란 탓인지 예정일을 넘어 41주까지 엄마뱃속에서 신나게 놀다 태어난 우리 아기.


유도분만일 전까지 가진통만 느끼다가 분만 당일에서야 진통의 고통을 겪었다. 물론 그것도 진행 20% 정도에서 느낀 고통이었으니 그보다 더 강한 진통이 있었을 테지. 나중에 다시 다루겠지만 결국 나는 6시간 진통 끝에 유도분만에 실패하고 응급제왕으로 아기를 출산했다.


아마 임신 중 가장 큰 이벤트는 이게 아닐까.


임신도 출산도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육아도 마찬가지겠지. 그럼에도 그 많은 일들을 겪고 견고해진 나와 내 아기. 너무나도 소중한 아기의 탄생이 오늘도 나를 힘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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