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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21. 2023

주말에는 빨래를 해야지

아기빨래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너무 일찍 해놔도 찝찝할 거 같았고 출산예정일은 말 그대로 예정일뿐 그날 아기가 나올 확률은 적기에 늦게했다가 준비도 안된 채 출산해버리면 정신없을 것 같았다. 출산가방짐을 싸는 것도 그랬다.


그래서 예정일 기준 한 달 전 나와 남편은 주말 내내 아기빨래를 했다. 천기저귀, 가제손수건 수십 장, 인형, 아기배넷저고리가 환기 잘 통하는 베란다에서 뽀송하게 말라갔던 8월 초. 아기빨래는 건조기를 사용하면 안되고 먼지털이를 해야 한다는 글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


배가 불러와 워시타워에서 허릴 숙이고 빨래를 꺼내기가 어려웠던 나 대신 남편이 빨래를 돌려 갖고 나오면 나는 부지런히 탈탈 털어서 건조대에 널었다. 아기방도서서히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고.


생각보다 빨래할 양이 많아서인지 건조대를 큰 걸 샀음에도 공간이 부족해서 하루 만에 끝낼 수가 없었다. 빨래를 널고 마른 빨래감을 개고 향균비닐팩에 제습제와 함께 밀봉했다. 9월 예정이기에 여름옷과 가을겨울용 옷이 계절감없이 뒤섞여있었다.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출산가방 싸기. sns에 나오는출산가방 필수 목록을 보며 실제로 내게 필요한 짐들을 챙겼고 배낭 하나와 20인치 캐리어에 짐이 가득 들어찬 걸 보며 방 뺄 날이 머지않았구나 실감했다.


애착인형이며 배넷저고리와 바디슈트들. 작은 손싸개와 발싸개. 너무나도 작은데 내 아기가 이걸 사용하고 입는다니. 특히 내가 귀엽다고 느낀 포인트는 공갈젖꼭지였다. 아기가 입에 물고 쫍쫍댈 모양새가 저절로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보통 초산은 38주에서 40주 사이에 제일 많이 출산한다고 하는데 나는 한 달 내내 얕은 가진통만 이따금 느꼈을 뿐 진통은 영 소식이 없었다. 9월 생이길 바랐던 터라 8월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태동검사를 할 때마다 전혀 소식이 없기에 9월이 되고선 조금 초조해졌다.


주변에서 예정일을 기점으로 아기가 태어났냐는 연락이 자주 왔고 오히려 가만히 기다리려던 나는 그 궁금한 연락들로 스트레스가 왔다. 예정일을 꽉 채우고도 나오지 않는 아기가 야속했다. 언제 나올래 만월아!


그리고 40주 진료 날 유도분만 날짜를 잡았다. 수술이 무서워서 제왕절개를 하고 싶지 않아 택한 자연분만인데 그조차도 쉬이 되지 않아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니.


유도분만을 실패하면 진통을 겪고도 응급제왕을 해야 한다는 최악의 루트가 기다린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생에  어느 것 하나 쉬운 것도 없고 내 맘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며 인생이 이런 거지 하고 조금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9월 41주 1일 새벽에 드디어 280일(열 달)하고도 8일이 더 지나서 만월이를 만날 수 있었다. 제일 원하지 않던 출산루트인 유도분만 실패로 인한 응급제왕으로. 역시 인생이란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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