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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Oct 13. 2023

너를 사랑해 마지않기에

30주엔 만삭사진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이건 임신하고 나서 꼭 해보고 싶던 일 중 하나였다. 뱃속의 소중한 우리 아기 만월이와 보름달처럼 부푼 나의 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 셋이 찍는 첫 사진이랄까. 기념비적인 일일 거 같단 생각이 들어서였다.


20주가 지나고 배는 점점 볼록해졌다가 놀랄 만큼 부풀어갔다. 살이 이 정도로 늘어날 수 있나 싶게끔. 그때 당시는 그 부푼 배가, 진한 임신선의 등장이 우울하기보다 너무 행복했다. 몸의 변화가 아름답다고 느꼈고 배에 튼살크림을 듬뿍 바른 뒤 남편에게 부른 배를 내밀며 다가가면 남편은 귀엽다고 해주거나 가끔은 배에 뽀뽀를 해주기도 했다.


하루하루 디데이 날짜가 줄고, 어느덧 만삭사진을 찍을 날이 다가왔다. 30주 차였다. 슬금슬금 모으거나 선물 받은 아기용품과 입체초음파로 나온 만월이 얼굴사진, 배넷저고리, 콘셉트로 남길 청바지와 흰 셔츠복장을

챙겼다. 신나게 한 시간 동안 셀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으며 22년도에 웨딩촬영을 했던 기억이 스쳐갔다. 그때는 알았을까 둘이였던 우리가 이렇게 빨리 세 식구가 될 줄을.


틈틈이 아기어플엔 기록을 남겼다.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들, 아기가 건강했으면 하는 소망, 앞으로의 다짐들. 그 조각들이 모여 내가 아닌, 사랑해 마지않는 만월이를 위한 바람이 되었다.


아가, 엄마 뱃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놀고 있어?


엄마는 유독 제철과일이 너무 먹고 싶어서 겨울 봄에는 딸기를, 여름엔 수박과 자두와 복숭아를 많이 먹었어. 수박을 오월경부터 먹고 싶어 해서 겨우 이르게 수박 파는 가게에서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입덧이 심해 힘들어 울기도 했고, 신기하게도 엄청 생각나는 음식은 없었지만 그토록 좋아했던 쌀국수나 초밥은 생각나지 않더라.


어느 날 밤엔 감자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빠가 가게 영업마감시간 무렵에 감자튀김을 사러 나갔다 오기도 했어. 부른 배가 점점 무거워지면서 편하게 자기 힘들어 뒤척이기도 했고, 몇 년 간 병원을 다니며 항우울제를 복용해 왔는데 우리 만월이를 가진 이후론 우울감이 뭔지도 잊고 지냈어. 마음이 단단해진 기분이야.

우리 만월이 가을볕이 따스하고 하늘이 청명한 구월에 만나자.


칠월 어느 여름날에 너를 기다리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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