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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월요일 같았다

#1 도망칠 틈도 없이 바쁜 하루

by 지민 Mar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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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오늘 아침에도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매일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갔었는데…

이제는 매일 아침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 억지로 지친 몸을 위로하며 영양제를 입에 가득 털어 넣고 출근한다.

평소처럼 억지로 눈을 뜨고, 억지로 세수하고, 오늘도 나는 억지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들 몰래 아주 조용하고 작은 ‘도망’을 꿈꾸며 말이다.



우리 집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었다.

부모님은 입시나 취업 등에 대해 단 한 번도 나를 압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늘 압박당하며 살아왔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나를 압박했는지 아니면 나도 모르는 어떠한 감정이 나를 압박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쉬면 불안했다.



쉬는 날, 집에만 있어도 무언가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은 늘 떠나지 않았다.

편안한 주말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을 때도 한 손으로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가끔 여유가 생겨 산책을 할 때도 머릿속은 늘 바쁘게 움직였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지…

다음 작업, 새로운 글, 인간관계들 선선한 바람과 예쁜 별빛 아래에서도 내 머릿속은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만 했다.



내 마음은 쉬지 못했다.

매일이 월요일 같았다.

보이지 않는 어떠한 감정은 항상 나의 곁에 있었고, 나를 무겁게 끌고 다녔다.


그래서 나는 늘 도망치고 싶었다.

어디든, 누구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당장 멀어지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도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큰 용기였다.

마음이 엉망인 채로도 옷을 입고, 세수를 하고, 출근을 한다는 것.

그것은 아주 조용한 승리였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방식으로 나 자신을 지켜낸 하루였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도망치다’는 선택지는 어쩌면 ‘살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이 아닐까.

잠깐이라도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잠시 쉬어가며 숨을 고른 다음 다시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나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

그러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다.



이 글은  도망의 기록이고, 한편으로는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완벽하지 않아도, 기분이 별로여도, 오늘 하루도 억지로 세수하고 출근하는 그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이야기.

“혹시 글을 읽고 있는 지금도 도망치고 싶은 당신! 오늘은 저와 함께 도망쳐보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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