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9)
회사 뒤편에 목련이 피었다
목련의 꽃봉오리를 신이화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이화는
코가 막힌 것을 뚫어 콧물이 나오게 한다
느릅나무 껍질을 유근피라고 부른다
유근피도 비염에 좋다고 한다
밤 늦게 집 냉장고를 여니
그동안 방치했던 페트병들
엄마가 신이화와 유근피를 달인 물
냉장고 안에 목련 꽃봉오리들
냉장고 안에 고향
냉장고 안에 서울
냉장고 안에 가족
신이화와 유근피 달인 물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신이화와 유근피
그것들을 사러 엄마와 갔던 서울의 시장이
원룸을 그득히 채운다
사랑을 맡는다
회사 뒤편에 목련이 피었다
내 작은 원룸에도 목련이 피었다
흐드러지게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