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함으로써 경제적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나 창조적인 직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두드러진다. 철학자, 시인, 화가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은 종종 그 꿈을 접고 변호사, 투자 은행가, 의사와 같은 안정적으로 여겨지는 직업을 고른다. 이는 단지 그 길이 덜 위험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다수는 자신의 진정한 열정을 취미로 전락시키고, 평범함을 향해 안전한 길을 걷는다.
내가 철학을 삶에서 안고 가기로 결정하였을 때, 선생님과 친구, 친척들은 항상 선의로 가득 찬 조언을 건네곤 했다. "항상 뒤로 물러설 수 있는 안전한 길을 마련해 두고,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너의 주된 본업을 포기하지 말아라."
그러나 인문학, 그중에서도 철학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충고와 경고를 들을 때,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반드시 굶어 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책을 위한 아이디어이든,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비전이든, 아니면 공동체를 위한 꿈이든 간에, 세상에는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철학 때문에 힘겨운 삶을 살아서는 안 되며, 또한 그렇게 살지 않아야 한다.
인문학 중에서도 철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받게 되는 질문 중 하나는 "철학과를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나요?"라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 뒤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철학과의 취업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다른 인문학 전공들, 예컨대 문학이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진로가 명확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어국문학과 졸업생은 작가나 출판 관련 직종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으며, 역사학과 졸업생은 큐레이터나 교사 등으로 진로를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철학과의 경우, 진로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과 졸업생들의 진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학계에 남아 연구자나 교수로서 '직업으로서의 철학자'가 된다. 이들은 철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심오한 연구를 진행하며, 인류의 지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학부 졸업생의 경우, 전공 제한이 없는 일반 기업에 취업하는 경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철학과 졸업생들이 갖춘 비판적 사고력, 논리적 분석 능력, 그리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팅, IT 기업, 마케팅, 인사 관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철학과 출신의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그 외에도 내가 아는 이들과 관련해서는 카피라이터, 공무원, 교사 (철학교과를 가르치는 고등학교들이 있다. 나 역시 철학교육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해서 일을 한 경험이 있다.), 출판업체, 회계사, 노무사, 유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따라서, 나는 철학도의 진로를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말한다. 철학은 무엇도 할 수 없음과 무엇이든 할 수 있음의 경계에 있으며, 그 결과는 본인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굶어 죽는 철학자가 되는 것은 그저 선택일 뿐 사유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니며, 굶주릴 것인지 아닌지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
만약 철학을 하면서 풍족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한다면 어떨까? 창조적인 직업이 더 이상 불안정하고 위험한 선택이 아니라, 존중받고 안정된 경로로 인식된다면 많은 이들이 진정한 열정을 따르는 데 주저함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 속에서도 나는 어떤 면에서 큰 절망감을 느낀다. 이는 우리가 물질적인 차이에만 집중하며, 그로부터 정작 자신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건과 환경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말은 사실상 시작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일부 사람들은 철학도를 남다른 계시를 받는 사람이라고, 속세의 돈벌이에서 몇 걸음 물러난 종자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미신이다. 배부른 소크라테스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