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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임 Mar 04. 2024

“철학”이라는 이름

나는 철학이 참 좋다. 불쾌함에 휩싸여 혼자 끙끙거리는 순간, 한 철학자가 자신의 이론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때 느끼는 유쾌함, 상쾌함, 통쾌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심지어는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 마저도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과거 이름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나에게 예쁜 단어와 명칭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을 가진 "철학"이라는 단어는 마치 오래된 고서처럼 딱딱하면서도 동시에 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빛을 발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철학이라는 이름 참 예쁘지 않니?” 


내가 이런 덕후의 질문을 던질 때면 친구들은 말한다. “철학은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철학이 정확하게 뭔데?” 즉, 철학이라는 이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실제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에게 철학은 화려한 포장 속에 숨겨진 실망스러운 물건처럼 다가올 수 있으며, 그 이름은 지나치게 웅장하고 허황된 외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철학과를 다른 학과들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는 명확하다. 기계공학과는 기계공학을, 사회복지학과는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이름을 통해 그 학과가 지향하는 학문의 내용과 목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철학과는 단순히 지혜를 사랑한다고 말할 뿐,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는 곳인지는 미로 속에 빠져있다.    

  

철학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하루는 철학과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질문하셨다. "철학이라는 이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철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질문이었다.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대다수도 “철학”이라는 이름이 다소 그 의미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철학이라는 이름 자체가 너무 모호하며 그 배우는 내용을 정확히 하면 좋겠다는 의견"은 철학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철학은 윤리, 인식론, 형이상학, 논리학, 미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학문으로, 이러한 다양성을 단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철학이라는 이름이 오히려 자신의 매력을 더욱 부각한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단순히 한 가지 분야에 국한되는 학문이 아니다. 마치 다채로운 색채를 가진 만화경처럼, 철학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러한 철학을 “어떠한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규정해버린다면 그것은 모든 가능성을 제거해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철학을 공부하다보면 때로는 논리적 사고를 통해 명확한 답을 찾기도 하고, 때로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세상을 해석하기도 한다. 철학은 마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거대한 바다와 같으며, 우리는 그 바다에서 자유롭게 항해하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얻는다.     


따라서 나는 “철학”이라는 이름이 철학의 본질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단순히 정의할 수 없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학문이다. 마치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에 정의하기 어렵듯이, 철학 또한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의 매력은 바로 그 무한한 가능성에 있다. 나는 그 안에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는 철학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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