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나는 스스로가 볼품없다고 생각하며 오랜시간 지내왔다. 자라는 중에는 누구나 그런데, 나는 그 모습을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성인이 된 이후 나에게 부족했던 것들을 의식적으로 채웠다. 예를 들어 말해보자면 성실함이나 집요함, 또는 창의력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크는 사이 내가 몰랐던 것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는 일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보통은 형제나 자매들과 비교를 당한다고 한다. 맏이면 맏이라서, 둘째면 둘째라서, 막내면 막내라서 얻는 억울함이 있다. 나는 두살 터울의 여동생이 있고 우리는 특별히 싸우는 일 없이 자랐다. 내 동생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동생과 나를 비교해서 고통받은 적은 없었다. 가족들도 우리를 비교하려고 했던 적은 없었고 그래서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놀았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 어떤 것들을 비교하면서 사는지 궁금해져서 내 일기를 모아놓은 곳에 비교라는 키워드를 검색해보았다.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왔다. 나는 블로그를 세개 운영하는데, 세곳의 연간 블로그 활용도를 비교한다. 여름과 겨울을 비교해 계절마다 내 컨디션이 어떤지 점검한다. 여러가지 보험회사의 상품을 비교해서 가입하고 춘천 닭갈비와 집앞 닭갈비의 맛을 비교한다. 원두에 따라 커피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고 한달 전과 지금의 내 패션센스를 비교한다. 십년 전과 지금의 내 가치관을 비교할 때도 있다. 치아교정을 할 때 치과별 금액을 비교하기도 했다. 가끔 회사에서 사람들이 나와 동기를 비교하는 경우는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선생님들이 나와 특별반 애들을, 우리학교와 인문계 애들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런 시절을 다 지나오고도 가끔 좋았던 기억이 떠오르면 그 시절의 공동체와 지금을 비교한다.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해도 똑같지는 않을 것이므로. 그런 추억에 도달하면 그냥 그리워한다. 롤모델이 많아지면 비교도 많아진다. 그들과 나의 다른 점을 생각하고 그러다보면 나는 어느새 더 멋진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런 점에서 나는 깨끗한 거울을 가지고 있다. 세상을 오래 반사하다가도 나의 아름다움을 곧잘 들여다보았다. 미처 그 사실을 몰랐던 어린 시절부터. 거울을 든 아이를 상상해본다. 잘 모르긴 했어도 지금의 거울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