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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는 제임스 Feb 14. 2024

풀코스 마라톤 준비1 - 첫 LSD 훈련

내가 달리는 이유와 달리기를 통해 배운 것들 6

나의 두 번째 마라톤이 끝난 후 나는 첫 번째 마라톤 때와 같이 집에서 휴식을 조금 취한 후, 내가 원래 속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하여 저녁에 부대로 향하는 열차 안에 몸을 실었다. 밤에 침대에 누워 오늘 완주하였던 하프마라톤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과연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오늘 뛴 거리만큼의 두 배를 다시 뛰어야 한다니 그 고통이 어떠할지 감히 상상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풀코스 마라톤을 위하여 본격적으로, 그리고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 날, 나는 군의관과 같이 풀코스 마라톤을 어떻게 준비할지 의논해 보았다. 우리는 일단 현재 우리의 역량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풀코스 마라톤 4시간 이내 완주라는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르게,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풀코스 마라톤을 나가기 직전, 하프마라톤에 한 번 더 참여하여 우리의 실력과 몸 상태를 마지막으로 점검해 보고, 더불어 첫 번째로 완주한 하프마라톤보다 좀 더 빠른 기록으로 완주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풀코스 마라톤 준비를 하기에 앞서 대략적인 훈련계획을 짜보았다. 지난날의 훈련을 통하여 날마다 뛰는 것은 발목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부터는 이틀에 한 번꼴로 달리기로 했다. 앞으로 5월, 6월 두 달 동안에는 5km를 뛴 다음, 7월부터는 매달 달리는 거리를 1km씩 늘이기로 계획하였고, 풀코스 마라톤 직전에는 LSD 훈련을 두어 번 정도 하기로 했다.


LSD 훈련은 ‘Long Slow Distance'의 약자로,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해야 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은 빠른 속도에 집중하기보다는, 더 긴 시간 동안 느린 속도로 지속해서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훈련은 근지구력 향상에도 효과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 강인함을 개발하는 데 최적이라고 한다. 풀코스 마라톤은 장거리 달리기를 받쳐줄 수 있는 신체 능력도 중요하지만 긴 거리 동안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고,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정신적인 인내력도 필수이기에 이 훈련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프마라톤 후 지친 몸의 완전한 회복을 위해 약간의 휴식 기간을 가진 다음, 5월 9일부터 다시 러닝화 끈을 동여매고 부대를 달리기 시작했다. 휴가나 외출 등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한 앞서 세운 계획을 지키려고 했고 5월 한 달 동안 총 13번의 달리기, 65km를 뛰었다. 5월의 끝자락부터는 날이 점점 더워지고 햇살도 강해져서, 달리기하는 시간을 오후 5시에서 오후 8시로 변경하였다. 해가 완전히 진 밤에 뛰니, 그동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대 언덕을 달려 내려올 때 부대 담벼락 넘어 보이는 화려하게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식당과 술집 간판들이 사회에 대한 그리움을 더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부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자유를 바라보며, 또 갈망하며 어두컴컴한 부대를 혼자 달려 나갔다. 그렇게 어느덧 6월을 맞이했고, 6월에도 13번의 달리기와 함께 65km를 뛰었다. 날이 더워짐에 따라 나의 복장도 긴팔, 긴바지 차림에서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5km 달리기 기록도 점점 단축됨과 동시에 예전보다는 힘이 훨씬 덜 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또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7월이 되었다. 이제 달리는 거리를 5km에서 6km로 늘렸다. 이틀에 한 번 뛰는 루틴도, 컨디션이 괜찮게 느껴지면 가끔 이틀 연속 뛰기도 했다. 7월의 끝자락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저녁 8시에도 기온이 영상 30도 가까이에 육박하였다. 달리기할 때면, 옷을 입은 채로 샤워를 한 것처럼, 온몸과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렇게 흘린 땀은 옷 속에 스며들어, 여름밤에 달리는 나의 몸을 더욱 무겁게, 그리고 힘겹게 만들었다. 날씨가 덥지만, 꾸준히 뛰려고 노력하였고, 7월에는 총 20번의 달리기와 함께 116km를 뛰었다. 8월에는 7월보다 달리는 거리를 1km 늘여 7km를 달리기 시작했다. 7월에 비해 한층 더 극심해진 무더위가 나의 달리기를 더욱 힘들게 했다. 한여름에는 비 오는 날에 뛰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비를 맞으면서 뛰면 더위도 가실뿐더러, 온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차가운 빗물이 눌러주었다. 그렇게 나는 8월에 20번의 달리기와 함께 150km를 달렸다. 이렇게 계속 8시 정각에 달리기를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부대에서 나의 별명은 뻐꾸기시계가 되어있었다. 생활관 창밖에서 나의 거친 숨소리가 부대에 울려 퍼질 때면 오후 8시임을 알 수 있기에 붙은 별명이라고 한 병사가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드디어 풀코스 마라톤 한 달 전인 9월이 다가왔다. 나와 군의관은 풀코스 마라톤 전에 우리의 몸 상태를 한번 점검해 보기 위하여 풀코스 마라톤 3주 전에 열리는 하프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 더불어, 우리는 25km를 뛰는 우리의 첫 LSD 훈련 일정을 9월 20일로 정했다. 그전까지, 나는 8월에 달리던 거리에서 1km를 늘여 8km씩 달리기 시작했다. 9월부터는 날씨가 다시 선선해져 달리기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렇게 어느덧 9월 20일이 다가왔고, 나와 군의관은 우리 인생 최장 거리 달리기 기록을 경신하기 위하여 오후 2시에 의무실 앞에서 만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영상 21도의 온도, 그리고 살짝 흩날리는 빗방울. 적절한 온도와 함께 내리쬐는 햇빛도 없기에 달리기 아주 좋은 날씨였다. 오후 2시 5분. 우리는 1km에 7분이 약간 넘는 느린 페이스의 속도로 천천히 부대를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살짝 흩날리는 빗방울이 나의 얼굴을 기분 좋게 두드려주었다. 평소의 달리기보다 천천히 느리게 달리니 평소에 약간씩 느껴졌던 왼쪽 발목의 통증은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숨도 차지 않았다. 우리는 중간중간 대화를 나누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천천히 달리다 보니 어느덧 10km를 달렸고, 우리는 밖에 꺼내두었던 음료수를 마시며 목을 약간 축이고는 다시 달리기를 이어나갔다. 15km 지점에서 우리는 미리 준비해 온 파워젤을 하나 뜯어, 조금씩 베어먹으면서 달렸다. 지난 마라톤 대회나 달리기에서는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파워젤의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없었다. 1km 정도를 더 뛰자, 거짓말처럼 체력이 회복되며 다시 힘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보조 식품의 효능에 감탄하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어느덧 우리는 20km를 뛰었고, 나의 발은 빗물에 젖은 신발과 함께 무거워져만 갔다. 양발이 오랜 시간 달리기로 인하여, 그리고 빗물에 불려 많이 부은 것이 느껴졌으며, 부은 발은 러닝화 안을 꽉 채웠다. 발이 부어 발가락 끝이 신발에 닿는 게 느껴졌고, 그 상태로 계속 달리니 발가락이 압력을 받아 통증이 생기기 시작함과 동시에, 왼쪽 발목의 통증도 재발하였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훈련을 5km 남짓 남겨두고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기에, 에너지 젤을 하나 더 섭취하고, 계속 달리기를 이어나갔다. 페이스는 1분에 7분 50분대로 현저히 낮아졌고, 거의 경보를 하는 정도의 속도로 달리기를 꾸역꾸역 이어나갔다. 이렇듯 힘겹게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의 최장 거리인 25km 달리기를 끝냈다. 3시간 29초. 이날 우리가 25km를 달린 시간이다. 그동안의 달리기에서 느꼈던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 따위는 없었다. 육체는 발과 발목으로부터 오는 고통으로 가득 찼으며, 정신은 과연 여기서 17km를 더 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우리가 목표한 4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완주하더라도 오늘 뛴 시간보다 무려 1시간 가까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풀코스 마라톤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아직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게만 느껴졌고, 좀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채 첫 LSD 훈련이 마무리되었다.


첫 번째 LSD 훈련이 끝난 지 얼마되 지 않아, 나는 내가 첫 하프마라톤 직전에 구매한 아식스 러닝화의 밑창이 많이 닳아, 러닝화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두 번째 하프마라톤에 출전하기 전에 새로운 운동화를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휴가 중에 아디다스 매장에 들러, 아디다스 러닝화 여러 제품을 신어 보며 매장을 몇 바퀴 뛰어보았다. 그 결과 ‘아디제로 보스턴 12’가 가장 발에 잘 맞고 가볍기도 하여 주저하지 않고 구매하였다. 저번에 구매한 270사이즈의 아식스 러닝화가 너무나도 발에 딱 맞아서, 장거리 달리기를 하여 발이 부으면 발끝이 신발이 닿아 발가락에 통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번에는 나의 발 사이즈보다 약간 큰 275사이즈의 러닝화를 구매했다. 이렇게 나는 나의 세 번째 마라톤이자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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