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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를 떨어야지, 여자가~"

내 애인이라도 되나~

by giant mom


작년 추석 명절 때 신랑과 함께 요양 병원에 있는 어머님께 갔다. 갈까 말까 고민하던 중 누워있는 신랑을 향해 어머니께 다녀오자고 했다. 신랑은 요양 병원에 예약이 될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업무가 시작하는 9시가 되자마자, 바로 어머님께 전화를 걸었다. 예약을 잡고 아이들과 함께 오래간만에 나들이 차 미아리에 있는 요양 병원을 갔다. 어머님은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항상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될 것을. 이쁘다며 몸을 막 만지고 어찌할 바를 몰라 목소리를 높여 아무 말이나 내뱉으신다. 물론 잘해주고 싶고 어떻게 할지 모르고 한평생 혼자 사신 터라 상대의 마음을 살피거나 상대를 배려한다는 것을 일도 모르신다. 어머니 앞에서 신랑은 항상 굳어있다. 밥 한 끼를 먹을 때마다 싸운다. 자신의 음식이 많다며 상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그릇으로 마구 퍼서 붓는다. 생각만 해도 참 납득이 가질 않는다. 어머님 얼굴을 뵐 때부터 난 이미 인상을 쓰고 있었다. 내 아이들을 보며 너무 이쁘다며 반갑다며 오버 액팅을 하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랑과의 관계도 원만치 못한데 그렇게 행동하는 것 자체를 용납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

니콜라스 케이지

나는 굉장히 사교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보통은 이런 자리에서 반응을 꼭 보이는 편이다. 그런데 일부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어머니의 행동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놀랬다. 우리 엄마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하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 밥을 먹으러 갔고 거기서 할머니의 행동에 놀라 우리 엄마가 저렇게 행동하는데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고 나중에 말해주었다. 밥을 먹으러 가서도 내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여자가 애교를 떨어야지... "라고 하며 나를 빤히 보시는 거였다. 당신은 애교를 떨어서 이혼을 하시고 이혼을 하신 후에도 아들을 돌보지도 않고 찾지도 않으셨나 싶었다. 이제 힘들고 병드니 그때서야 아들을 찾는다.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하시다. 글쎄 내가 왜 가자고 했을까. 어머님을 생각해서라기보다 신랑을 조금이나 생각해서 움직이자고 했다. 관계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집안은 항상 받기만을 바란다. 아버님이 그러셨고, 어머님도 그러신다. 전과같이 정성을 다해 오지랖스럽게 하지 않는다.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할 때도 있지만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애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참 이것이 여성에게만 속하는 말이 아닌데 늘 시대에 뒤처진 말들로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 이 말 외에는 기억도 나질 않는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성= 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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