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 어떡하니? "
" 너 참 사회성이 떨어지는구나? 그러면 안돼~"
" 그걸 왜 못하니? 하면 되는 건데 네가 안 하니깐 못하는 거지! "
" 넌 모든 일에 성의가 없구나? "
" 자기 자신을 찾는 건 결혼 전에 했어야지, 가족들은 무슨 죄니? "
" 글은 쓰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해서 작가 될 수 있겠니? "
" 작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니 주제를 알아야지,
좋은 대학 나와도 취직 못하고 하나 같이 실업자 되는 세상인데, 허파에 바람만 들어서는.. "
살아가며 때때로 타인의 비난과 마주하게 된다.
그들이 하는 생각이 사실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떠나, 일단 그 비난의 화살을 맞으면 아프기 마련이다. 그런 비난들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기는 힘들어진다.
비난을 들었을 때 처음엔 불쾌하고, 그다음엔 진짜 내게 그런 모습이 있는 건가? 생각해보고, 없다는 생각이 들면 또다시 불쾌해진다. 비난을 던진 사람이 미워지고, 화가 난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고 무시하고 싶지만 바늘을 집어삼킨 것처럼 그 말이 계속 내 안에 남아 나를 찌른다.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그러한 비난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나는 심리적 투사라는 것을 배웠고, 그들이 내게 던진 비난은 바로 그들 자신 스스로의 싫은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리적 투사는 자신의 내면에 있으나 받아들이기 힘든 부정적인 면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심리적 투사를 아기가 자기 입속에 들어온 맛없는 음식을 뱉어내는 것에 비유하는데 그 비유는 참 적절하다.
타인의 비난과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의 어떤 부분을 비난한다면, 그것 역시 내 안에 스스로가 싫은 부분을 타인에게 던지는 나의 심리적 투사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적 투사라는 것에 대해 배우고 난 후, 모임에 나간 나는 그것이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를 보게 되었다. 그야말로 심리적 투사가 난무한 전쟁터였다.
심리적 투사와 함께 딸려 나오는 것은 대개 자존감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심리적 투사와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대하는지, 자기 자신에 대한 태도도 보였다.
생각한 것보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나는 나만 이런 줄, 나만 이렇게 상처 입은 자존감을 안고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에 피를 흘리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내 안의 인간에 대한 불신과 세상에 대한 분노가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분노하는 타인을 보며, 그의 역사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들어보았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한 분노를 느끼는 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가여웠다.
인간이 가지는 근본적인 사랑과 인정의 욕구, 채워지지 못한 그 욕구들의 쓸쓸함이 보이자 마음이 아팠다.
내 엄마도, 나도, 당신도, 세상의 다수도, 모두 그러하리라 생각하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서글픔 이 마음의 수면에 떠올랐다.
이제는 그들의 자신을 향한 비난을 이해한다. 그것은 나에 대한 진실이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 넌 그래서 안 되는 거야. 그렇게 융통성이 없어서 어떡하니? "
= 융통성이 없는 내가 싫어.
" 너 참 사회성이 떨어지는구나? 그러면 안돼~"
= 난 사회성이 떨어져.
" 그걸 왜 못하니? 하면 되는 건데 네가 안 하니깐 못하는 거지! "
= 나는 안 하니까 못하는 일이 많아.
"넌 모든 일에 성의가 없구나? "
= 난 모든 일에 성의가 없어.
"자기 자신을 찾는 건 결혼 전에 했어야지, 가족들은 무슨 죄니? "
= 난 나 자신을 찾지 못하는 게 싫어.
" 글은 쓰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해서 작가 될 수 있겠니? "
= 노력하지 않는 내가 싫어.
" 작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니 주제를 알아야지,
좋은 대학 나와도 취직 못하고 하나 같이 실업자 되는 세상인데, 허파에 바람만 들어서는.. "
= 난 내 주제를 모르는 내가 싫어.
우리는 정적 속을 걸었다.
정적의 이름은 죽음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의 기억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른 세상의 기억이고,
뒤엉킨 과거이며, 허무이자 진실이었다.
나는 옆에 있는 쓸쓸한 표정의 여자가 소리 없이 걷는 것을 느끼면서 떠나간 세계가 자아내는 서글픔에 탄식했다.
<제7일-위화>
위화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인간의 죽음에 대해 그렸다.
내가 느끼는 인간에 대한 가여움과, 그가 느끼는 필멸하는 인간이란 존재가 갖는 근본적인 서글픔에 대한 탄식이 어딘가 닮은 것도 같다.
우리는, 인간은, 모두가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