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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들리는 민들레 Jul 26. 2024

12. 왜 성인이 됐는데도 독립을 못 해?-자기이해

나르시스트와 살아야 한다면



트라우마


어린 시절 전체가 트라우마


어린 시절을 한 사람의 자녀로 살았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을 가진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내게 어린 시절은 무수한 트라우마와, 상처가 가득한 시절이어서 떠올리는 게 매번 힘이 든다. (이주제로 글을 쓰기 전에심호흡을 여러 번 해야 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독자님께서는 내 첫 번째 책 [산다는 것은 흔들리는 일이다]를 읽어주시면 될 것 같다.


어디부터 어떤 이야기부터 써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이지만 어쨌든 나는 <부모를 위한 사람>으로 대해졌다. 나라는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부모를 위한 자녀로 대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나 자신을 위한 삶도 살아볼 수 없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불안했다. 즐거운 경험 앞에서도 죄책감이 들었다.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그런 선택이 매우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때로 그런 경우들을 본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부모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시선들, 아니 왜 독립을 못해? 아니 왜 싫다고 하지 못해? 왜 거절하지 못하는 거야? 바보 아니야? 같은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런 이야기들 앞에서 때때로 수치심이 느껴진다. 자녀들은 왜 독립하지 못할까? 미숙해서? 혹은 유약해서? 지금부터 왜 자녀들이 독립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적어보겠다.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들의 특징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들의 대표적인 특징


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들의 대표적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1. 악담을 한다.

네가 뭘 해? 네가 그걸 해보기나 해 봤어? 그동안 잘했으면 내가 이런 말도 안 한다.


2. 죄책감을 준다.

내가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그래서 병원에 꾸준히 다녀야 할 것 같은데... 그 질환이 위험할 수도 있고 하더라... 그런데 네가 바쁘다면 어쩔 수 없지...


3.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넌 어쩌면 그렇게 너만 생각하니? 사람은 혼자서는 절대 못 사는 거다. 그렇게 니 자신만 알고 살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


4. 공포심을 심어준다

세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은 줄 아니? 너 혼자 집 계약 하다가 전세사기라도 당해봐라, 돈 다 날리고 그거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인 줄 알기나 하니?



실제로 엄마는 내가 스무 살이 되어 서울에 있는 직장에 취업을 했을 때 결국 그만두게 만들었다. 늦게 끝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직장에서 9시에 끝나 경기도에 있는 집까지 오면 평균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리는데 식이라도 하는 날에는 집에 오면 자정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를 냈고 머리를 싸매고 앓아누웠다. 늦게 들어오는 딸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분노했다는 점이 다른 부모들과 달랐다. 지금은 일반적인 부모들과 달랐다고 느끼지만 그때는 그렇게 느끼기보다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느낌이 더 크게 들었다. 내가 엄마를 걱정시켰고 아프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일단 엄마가 아팠으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을 해서 일을 한다는 건 내 개인적으로서도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고작 스무 살이었고 모든 게 생소하고 낯설고, 서울이란 곳은 그때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니 길도 잘 모르고 기업문화, 직장문화에 적응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모든 게 다 새로워진 상황에서는 불안하고 스트레스도 많다. 그 상황이나 환경이 익숙해지기까지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렇게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고 집에 들어와 맞이했던 것이 부모의 분노였다면 어땠을까? 다른 친구들은 대학에 가서 미팅이다 뭐다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여행 다닐 때 나는 출근을 해서 유니폼을 입고 하루를 치열하게 보내다 2차전을 시작하는 것이다.


자녀가 힘들 때, 힘들다는 것을 눈치채고, 위로해 주고 지지해 주고 따듯한 밥이라도 지어서 먹이고 쉬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힘든 자녀를 비난하고 욕하고 그만두라고 한다면 자녀의 마음은 어떨까? 자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맞이하는 든 새로운 순간에 부모가 지지자가 아니라 비난자라면 그 자녀가 독립할 수 있을까? 자기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선택할 수 있을까? 넘어졌을 때 괜찮다고 생각하며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 부모가 자녀에게 악담을 하면 아이에게는 그런 악담이 내면화가 된다. 래서 넘어지면 스스로에게 말한다. 부모님 말이 맞았어. 난 아무것도 못하는데.. 그동안도 못했지.. 성공한 게 하나도 없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생물학적 연령이 독립해야 할 연령이 된다면 어떤 환경적 요건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부모는 독립하려는 자녀를 어떻게든 막고, 방해한다. 왜? 자신에게 자녀가 <필요> 하기 때문이다. 위에서 자녀의 독립을 방해하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하는 말을 보면 부모들의 심리가 보인다. 자녀를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나는 잘 못해, 그동안 잘하지도 못했어. 나는 아파서 아무것도 못해, 나는 이기적이야. 나는 너 없이 살아가는 게 무섭고 공포스러워. 그들은 자녀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녀를 하나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기로 본다. 그래서 자기 내면의 해결되지 않은 여러 가지 두려움과 공포심을 자녀에게 전가하면서 그 자녀가 그렇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할 수 있으려면 [적립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적립금이란 돈이 아니라 긴 성장과정을 통해 아이 내면에 쌓인 [내적인 힘]이다. 이십여 년 간 쌓인 내적인 힘이 있어야 독립해야 할 때 독립할 수 있다.  내적인 힘 안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된다. 건강한 자존감, 자기 효능감, 자기 확신, 회복탄력성 등등 여러 가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주어야만 한다. 자녀 혼자서 가지게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인간은 혼자 성장할 수 없고 <키워져야만> 한다. 그런데 그런 많은 것들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결핍적이고도 학대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면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이 가능할까? 만약 누군가가 그랬다면 그건 기적이다.








수치심을 갖지 말자.


수치심을 갖지 말자


특히 우리나라 같은 유교를 기반하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는 자녀가 부모의 말을 어기기가 더 힘들다. 그건 매체 속에 등장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많은 드라마에서는 자녀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가 등장하고, 자녀가 원하는 삶을 반대하는 부모가 등장한다. 자녀를 자신의 뜻대로 끌고 가려는 방법들도 다양하다.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봉투를 던져준다거나, 유학을 보내버린다거나, 강제로 결혼을 시킨다거나, 금전적인 여유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거지꼴로 쫓아낸다거나 등등 다양하다. 그런 부모들이 등장하는 건 왜인가? 드라마적 요소라서? 스토리를 위한 장치라서? 그런 폭력적인 양육환경에서 한 아이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자라 독립해야 할 시기에 독립을 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참고로 나는 현재 엄마와 연락을 하지 않고 있고 자녀로서의 어떤 의무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내가 어떤 사람으로 불리워지고 있는지 아는가? 키워준 은혜도 모르는 쓰레기 같은 패륜아로 불리워지고 있다. 누구도 내게 <오죽했으면>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배경에는 아무리 그래도 자식이 부모에게 그래서야 되는가?라는 유교적이고도 폭력적인 관점이 숨어있다. 나는 되묻고 싶다. 부모는 항상 옳은가? 연장자의 말은 언제나 옳은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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