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루한 나의 우울을 끌어안으며

나의 우울증에 관하여 #13

by 라미


가만히 앉아있어도 하루는 간다.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다만 그 시간과 공간 속에 의미가 없을 뿐이다. 그들이 사는 삶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그러한 삶을 살고 있으니깐.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약이니깐 먹고, 어쩔 수 없이 먹고살아야 하니깐 꾸역꾸역 직장 생활을 가는데 가서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스트레스와 갈등은 일반 사람들의 수십 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상대방이 그저 흘리듯 내보낸 한마디도 그 깊이가 나에겐 다르게 들어와 귀와 마음에 상처로 박혀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 순간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지만, 퇴근할 땐 그 이야기를 곱씹어 보며 울면서 집을 향해 걸었던 적이 참 많았었다.




나의 우울증은 나를 닮아 참 비루한 모습이었다.
하찮고, 시시하고, 남루하기 짝이 없는 나의 우울증에 대해 요즘 다른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우울증인가 아니면 성격장애인가.




우울증은 기분장애의 하나, 지속적인 슬픔, 무기력, 흥미 상실 등이 주요 증상이고 원인은 스트레스, 유전, 뇌, 화학물질의 불균형, 외상 경험 등이 있다. 시작은 특별한 사건 이후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증상은 슬픔, 피로감, 불면 또는 과다수면, 식욕변화, 자책감, 자살 사고 등이 있다. 그리고 치료는 약물치료 <항우울제>, 정신 치료 <인지행동치료, 심리 상담 등>로 호전 가능하다. 과연?


그럼 성격장애는 어떠한가.

성격의 왜곡된 특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삶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태이고 원인은 유년기의 환경, 애착 문제, 유전, 정서적 방임, 학대 경험 등이 있다. 시작은 청소년기 또는 성인 초기에 시작되고 만성적으로 지속된다. 증상은 대인관계의 어려움, 감정 조절 문제, 충동성, 자기 이미지 불안정 등(예:경계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이 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성격장애가 지속적으로 이어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래도 저래도 하루는 지나간다.

숨만 쉬고 있어도 하루는 지나간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해도 열심히 살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간다. 하지만 나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의 무게는 엄연히 다를 것이다. 동기부여를 하고 무언가 목표를 두며 시간 시간을 쪼개가며 바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의 무게가 내 하루의 무게와 같을 수 없을 테니깐 말이다.


열심히 살면 되는 걸까.

요즘은 무조건 열심히만 해선 안된다고 하던데. 그럼 똑똑하게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걸까. 그러면 무조건 목표에 닿을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걸까. 그 행복한 삶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건데. 나는 그런 행복한 삶을 원하지 않는데... 그러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본인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내가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 나 스스로가 생각해서 원하게 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듣고 보고 주입된 것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라고 한다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은 네가 원하는 게 정말 당신이 원하는 게 맞냐는 것이다.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 버텨야 한다. 그냥 일단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을 하고 싶냐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이다. 내가 짧은 이 생을 숨 쉬고 살아가는데 좀 더 편안하게 숨 쉬게 해 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 그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의미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의미가 있든 없든 상관없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그러니깐 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숨 쉬는 게 좀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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