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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물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지만

놀아주는 것 말고 함께 노는 것

by 필로니


리조트 수영장 오픈런을 했다.



마침 날씨가 확 풀려 온수 풀이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 놀기가 딱 적당했다. 그래서일까. 오랜만에 애미가 좀 신났다.



인피니티풀에서 다른 여자들이 곱게 화장하고 머리 풀어헤치며 인생샷 건지는 동안에 나는 수모에 수경까지 쓰고 수영했다.



딸에게 평영 특훈 받고 있는 엄마


8살 채니는 요새 수영학원에서 평영을 배우고 있고 열흘 후 레벨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평영이 잘 안 되니 평영 좀 가르쳐 달라고 하며 채니의 평영 연습을 유도했다.




엄마가 평영 하는 걸 보니 이게 문제라며, 물속에 있는 시간과 팔 모양 등을 야무지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범을 보일 테니 한 번 보라며 평영을 선보이셨다. 아직 부족한 건 많지만 그저 멋지다고 해주었다.



그렇게 엄마, 아빠, 언니가 수영에 진심인 동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언니가 하는 건 다 따라 하고 싶은 우리 둘찌 예니가 갑자기 잠수를 하는 게 아닌가!




언니처럼 나도 물안경 하고 싶어! 하길래 씌워 줬더니 음~ 하면서 0.1초지만 물속에 물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0.1초가 점점 늘어나 1초가 되고, 물속에서 엄마가 사진 찍는다고 카메라도 보고, 발차기도 이차이차 하며 제법 수영하는 것처럼 놀게 된 우리 집 5살 귀요미 예니. 정말 놀라웠다.



엄마가 몸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그냥 선베드에 누워있었다면 우리 예니가 그렇게 수영이란 걸 시도해 볼 수 있었을까? 아이들은 무섭게 배운다. 첫째 채니는 엄마, 아빠를 쏙쏙 흡수하고, 둘째 예니는 엄마, 아빠, 언니 세명을 보고 자란다. 가족이 곧 환경이다.



나도 물놀이를 좋아하지만 가끔 물이 너무 차거나, 바닷가에서 한 번 놀고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 싫어져 파라솔 안에서만 있을 때도 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있고. 그래서 내가 소극적으로 놀게 될 때는 아이들도 그렇다. 그나마 채니는 이제 수영을 잘하니 물에서 더 신나게 놀 줄 알게 돼서 아빠랑 잘 놀지만 어린 예니는 그럴 때 엄마처럼 같이 움츠러들었다.



물놀이 온 가족들을 봐도, 엄마 아빠가 함께 물에 뛰어들어 ‘놀아주는’ 수준이 아닌 자기들이 더 신나서 노는 집을 보면 그 집 아이들도 정말 잘 논다. 엄마 아빠가 애들 노는 것만 바라보는 집이랑은 다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반성한 적이 있다.(그래도 그땐 들어가기 싫었다.)



물놀이뿐만이 아니다. 놀이터에서도, 엄마 아빠가 가만히 앉아있는 집, 혹은 설렁설렁 놀아주는 집과 다르게 부모가 온몸으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정성껏’ 보내는 집의 아이들의 표정과 활동반경은 사뭇 다르다.



야외수영장에서 오랜만에 깨달음의 시간을 가진 후 실내수영장으로 들어가서 난 더 열심히 수영했다. 되지도 않는 접영까지 하며.




수영 레벨테스트를 앞둔 채니는 평영을 계속 연습했다. 시켜서가 아니고 스스로. 아무리 나가자 해도 엄마 나 두 번만 더 하고! 딱 한 번만 다녀올게! 하며 그렇게 왕복 8번을 연습하고 나왔다. 물놀이를 세 시간 하고 온 아이의 체력이 맞나 싶었다.



엄마 아빠도 그동안 계속 수영을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전지훈련 나온 가족처럼 수영을 했고, 그 사이 채니의 평영이 훨씬 좋아졌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 막내 예니가 평영을 하고 있었다. 풉. 증말 다 따라 해. 귀여워죽겠다. 언니얼굴에 생긴 물안경 자국까지도 닮고 싶어서 “엄마 나도 여기 자국 이떠?” 하고 확인한다. 그리고 자국이 있다 하면 씨익 웃는다.



우리 초딩 스펀지와 유딩 스펀지는 물을 빨아들이듯 자신들의 환경인 가족을 빨아들이며 오늘도 한 뼘 자라 있었다.



수영 연습하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수영을 직접 즐기며 하는 것이, 책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치우라고 하는 것보다 부모가 늘 정리 정돈하는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이 더 평화롭고 효과적인 교육방법이라는 이 명쾌한 사실을 이번 전지훈련 아니 여행에서 상쾌하게 깨닫고 간다.



우리 사랑스러운 스펀지들아. 엄마 아빠가 너희들의 좋은 환경이 될게. 그 안에서 실컷 배우고 자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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