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기타와 밴드의 세계로

밴드를 다룬 두 개의 만화

by 쿼카의 하루

일렉기타는 매력적인 악기이다. 원래 기타는 스페인에서 건너온 평범해보이는 전통적인 6줄 현악기이지만, 전기 신호를 이용해 소리를 증폭시키면 그 소리가 꽤나 비범해진다. 징을 울리는 소리에 날카로운 멜로디를 입힌 것 같기도 하고, 맹수가 사납게 울부짖는 듯한 으르렁거림 같이 들린다. 이같이 소리의 증폭으로 인해 왜곡과 변형이 일어난 디스토션 사운드가 우리의 귀에도 꽤 익숙하다.

다른 악기가 가지지 못한 폭발력과 존재감이 많은 마니아들을 생성해내고, 그들이 가능하면 직접 연주하도록 인도하는 것 같다. 마니이적인 요소를 걷어내도, 현대 음악에는 일렉기타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키보드와 함께 밴드 사운드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구성 자체와 그 구성에서 기타가 일반적으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현대 음악의 특징이다.


내가 일렉기타에 입문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어쿠스틱 기타를 사서 기초적인 코드는 연주할 수 있게 됐을 무렵, 어떤 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하게 되었다.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어렸던 나의 눈으로 볼 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상상의 산물에 불과했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지금도 사람들로 하여금 그 세계 속에 몰입하게 만들고, 때로는 현실보다 더 진한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만화의 제목은 '케이온'이었다. 일본어로 경음악, 이라는 뜻이다. 경음악이란 이름 그대로 가볍고 자유로운 음악이다 - 그 자유로움이 어쩐지 기타와 닮아 있다 - '케이온'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속에 존재하는 코믹한 요소들이 잘 드러나있고, 밴드활동을 하며 벌어지는 소동들을 재밌게 묘사했다. '밴드란 무릇' '기타란 무릇'이라는 식으로 많이 배웠다기보다는, 나에게 밴드라는 단어를 들으면 느껴지는 긍정적인 감정의 뿌리는 지금도 그 애니메이션에 닿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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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이라는 애니메이션도 나에게 어떤 의미같은 것을 가져다 주었는데, beck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지만 케이온만큼 상업적인 느낌은 아니다. beck을 보면서 본격적으로 밴드와 구성 악기에 대한 지식들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꿈은 미국 무대였지만,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건 그들의 우정과 열정이었다. beck을 보면서 밴드가 밑바닥부터 성장하는 이야기에 관해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치열함에 대해 관심어린 시선을 갖게 되었다. 명곡을 작곡하며 포텐을 터뜨리는 주인공, 공연에서 온전히 몰입하는 밴드원들은 내게 어떠한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줬다. 케이온보다는 beck이 훨씬 현실적인 부분에서 밴드와 기타라는 세계를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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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이켜 보면 그 만화들에 빠졌던 이유가 단순한 동경과 재미가 아니었다. 음악을 향한 열정,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나간다는 연대감이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 결국 그 만화들이 내게 준 건 단순한 흥미가 아니라, 기타라는 세계로 나아가게 한 연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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