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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공선사 Jun 27. 2024

나를 경영하는 금강경season5(18.무법가득분1)

우주에서 얻을 것이 없는 내가 되면 나 자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된다.

수보리 백불언 세존 불 득아뇩다라삼먁삼보리 위무소득야

(須菩提 白佛言 世尊 佛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爲無所得耶)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심은 얻은 바 없음이 되옵니다.


우리는 몸과 사랑, 지식과 깨달음, 그리고 돈과 칭찬, 힘과 권력 등 저급한 것부터 고상한 것까지, 속된 것으로부터 성스러운 것까지 개인적, 사회적 기준을 정해놓고 무엇이든 얻고자 하는 인식이 완전히 무의식적으로 습관이 되어 있다. 그것이 지나쳐 나 자신이 곧 소유(所有) 덩어리가 된 것이다.


그러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가져야 될 것을 잃으면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운명을 한탄한다.


그리고 어리석어서 많이 가져도 그것으로 불행을 만드는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그 미련이 남아 또 내생의 몸을 기다리거나, 심하면 빙의에서 보듯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귀신의 몸으로 살아있는 생명체의 몸을 산채로 빌린다.


그러므로 따지고 보면 불행도 자기가 스스로 만드는 것일 뿐, 누가 주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진정 아무것도 없다면 복(福)이 무슨 의미가 있고, 고(苦)가 무슨 의미가 있고, 운명(運命)이 무슨 의미가 있고, 종교(宗敎)가 무슨 의미가 있고, 신(神)이 무슨 의미가 있고, 깨달음이 무슨 의미가 있고, 권력(權力)이 무슨 의미가 있고, 돈과 애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돈과 사랑만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절대적 가치까지 탐낸다. 그것을 추구해야 자기가 무슨 고상한 인간이 되고 큰 존재가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여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음은 곧 얻음 바 없음이라고 하셨다. 그것은 이제 이 우주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는 내가 되는 것이고, 그런 나 자신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래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것은 결코 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환한 대낮에 빛을 찾는 것과 똑같다.


단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지금의 나 자신은 결코 따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신다.


내가 있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없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있으면 내가 없다.


그대는 무의식적으로 무엇이든 얻고자 하는 습(習)이 골수에 남아 있는 존재이다.


단지 그 습성을 완전히 버리기만 하는 되는 것이다.


얻고자 하면 버리고, 구하고자 하면 먼저 놓아주라는 지혜는 바로 나 자신의 존재(存在) 그 자체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얻고자 하는 그 습성을 버릴 것인가?


부처님과 법(法)과 자기 부처에 의지하여, 그 습성이 초래하는 인과(因果)를 잘 통찰하고 그것의 무상(無常)함을 잘 인식하여, 굳이 무엇을 얻고 잃는 것과 관계없이 늘 행복할 수 있는 자기가 있음을 굳게 믿고, 그런 자기의 비중을 안팎으로 확대시켜 가면 되는 것이다.


여래(如來)는 일체 무엇도 필요하지 않게 된 존재이다. 그래서 무한(無限)하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한다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자기 존재를 꽁꽁 붙들어 매이게 만든다. 그리고는 화석처럼 굳어간다. 그러다가 산산조각 부서질 때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자 하는 나 자신이 무대 뒤로 쓱 ~ 사라져 버릴 때, 그 순간 아뇩다라삼먁삼보리가 무대 전면에 멋있게 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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