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으면 떠올라.
도서관에서 처음 본 순간.
달빛아래 벤치에서 나에게 기대 잠든 시간.
휴대폰이 깨졌어도 너만 있으면 깔깔 웃었던 추억.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날 편의점 테라스에서의 낭만.
내가 사준 털모자를 덥석 쓰고 웃는 친구.
첼로의 숨결을 느끼는 여인.
코스모스가 피는 가을날이면
몹시 그리웠던 나의 첫사랑.
다시 만난 날,
바스락거리는 낙엽처럼
위태로운 모습을 한 그녀.
웃게 하고 싶었어.
흠뻑 젖어있던 널,
영혼마저 축 늘어져
위태로운 너를 살리려고
업고 달렸어.
더 이상 다치지 않기를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기도하고 기다렸어.
그토록 기다렸던 그녀가
지금 내 앞에 있어.
이제, 나 어떡하면 될까?
이유는 없었어.
그냥 너와 함께 웃고 있으면 좋았어.
이유를 몰랐어.
너를 챙겨 주면 내 하루가 평온했어.
그래서 그랬을 뿐.
그녀와 헤어지는 순간에도
나는 네가 그리워.
보고 싶다.
웃고 싶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