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은서른아홉부터 Aug 07. 2024

아만자

Q. 아만자가 뭔가요?



엄마.

왜?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

...

아만자가 뭔지 알아?

...

암환자야. 암. 환자

...

...

그게 재밌어?

별로



아만자 웹툰 중 한컷


시답잖은 농담으로 이 책은 시작한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말 그대로 말기 아만자가 되어버린 26살 청년 박동명.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남동생과 이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약물치료로 체력이 소진되어 정신을 잃게 되면 '숲'이라는 곳으로 전환이 되는데 그곳에서 털이 수북하게 나 있고 맹하게 생긴 정체불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그 친구들은 박동명이 왜 이곳에 왔는지 묻기도 하고, 때론 말도 안 되는 해답을 내놓기도 하며 그를 아리송한 세계로 인도하기 시작한다.


점점 그들이 건네주는 의문 같지 않은 의문에 적응해 갈 때 쯔음, 박동명의 몸은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 가기 시작했고, 현실에서 망가진 신체부위는 숲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털북숭이 친구들은 아름다운 숲을 점점 사막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사막의 왕을 만나면 박동명의 몸이 부서지는 상황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해 준다.


하지만 사막의 왕을 만나기 위해선 온전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야지 만날 수 있다. 그는 그 상대가 누구였든 상대방의 이름과 온전한 마음의 유무를 따지는데, 이름과 마음을 잃어버린 채 만나게 된다면 한 줌 모래가 되어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무시무시한 저주를 걸어버린다. 


26세 박동명은 숲이라는 곳에 떨어지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엎어트리나 메치나 결말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무모함으로 잔뜩 무장한 채 사막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더 이상 숲이 망가지길 원하지 않는 털북숭이 친구들의 염원도 두 어깨에 가득 짊어지고서.


현실세계의 박동명은 모르핀과 펜타닐이라는 마약성진통제 아니면 못 견딜 정도의 극한의 상황에 치닫게 되었고, 그럼에도 가족들은 일말의 희망을 놓지 못한다. 갑자기 흐른 코피(뇌전이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에 잘 견디고 반쯤은 기적을 바라며 버티고 있던 박동명의 마음이 깨져버리고, 때론 말도 안 되는 민간요법에 의지하고 싶은 가족의 모습도 그려진다.


박동명은 점점 깨어있는 시간보다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반면,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막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나는 털북숭이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길어진다. 점점 부서지고 떨어져 나가는 몸을 이끌고, 때론 울기도 하고 때론 도움도 받아가며 만난 사막의 왕.


오도카니 솟은 모래왕좌위에 홀로 외로이 앉아 있던 사막의 왕. 그 사막의 왕은 언제나 그러했듯 동명에게 이름과 온전한 마음을 묻는다. 그리고 사막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물어본다.




암에 걸렸어도 힘내.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희망을 가져. 기적이 일어나길... 기적은 있어! 분명히 있을 거야! 이따위의 시시껄렁한 말로 독자들을 위로하지 않는다. 명랑하고 따듯하고 쾌활하고 귀여운 그림체로 가족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모습 그리고 혼수상태에서 만난 털북숭이와 사막의 왕이 인도하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박동명을 그리고 있다.


때론 슬퍼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고, 아무 걱정 없이 해맑게 넘기기도 하고 해답이 없는 것들에 계속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털북숭이 친구들의 엉뚱한 모습들이 이게 뭐냐? 싶기도 했다. 한 번을 대충 후루룩 훑어 내려가고, 그다음은 한컷한컷 톺아 내려가며 아... 이것들은 모두 다 박동명의 조각난 마음들이었구나 하는 싶었다.


그 사막의 의미 역시도 상황을 부정하고 포기하며 황폐화시켜 버린 마음이었고, 결국 만난 사막의 왕도 본인 스스로의 모습이었다. 결국 사막의 왕이자 박동명 스스로를 대면하고 현재를 명확하게 직시하여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로 눈을 감는 모습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나의 외할아버지가 암으로 영면에 드셨고, 주변사람들의 죽음을 목도하며 하루에 수백 수천 건씩 일어나는 죽음에 무감각 해질 때도 되었건만 아직 나는 죽음이 두렵고도 슬프다. 남은 자들의 슬픔, 그리고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내게 피부로 와닿았던 죽음은 축축하고 무겁고 어둠만이 가득한 그런 일이다.


나는 언제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아직은 나에게 무섭고도 두려운 일이다.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았지만 누구든 태어나면 꼭 한 번은 겪어야 할 일. 그것이 비록 병사라 할지라도, 아니면 사고사, 아니면 본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공수래공수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죽음을, 철학적이고 때론 슬프기도 한 상황을 이 책처럼 명쾌하고 유쾌하게 맞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는 오롯이 나 혼자서 견디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내가 믿는 종교에서의 죽음이란 육신이라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영은 내가 믿는 나의 신의 나라로 올라가 그곳에서 영생을 누리며 사는 것이라 칭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오늘을 살아낸다는 건, 죽음과 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것. 살아있기에 삶을 누려야 하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때가 비록 언젠진 모르지만, 오늘도 열심히 나는 나의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내고 때론 버티기도 하며 견딜 것이다. 그것이 죽음이 주는 의미이자 선물이 아닐까 싶다.


오늘의 독후감 끝! 땅! 땅! 땅!




사실 이게 8월 8일 분량인데, 미리 써넣고 저장해 놓고 혹시나 정해진 날짜에 발행되는 게 아닐까 싶어 눌렀다가 발행된 걸 보고 순간 좌절했다. 읽어야 책들은 산더미처럼 널렸고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준비해놓은건 없다.


더 충실히 준비해서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화이팅!

이전 01화 단식 존엄사 - 의사 딸이 동행한 엄마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