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먼저냐, 흰머리가 먼저냐
어린이들은 자기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여주길 바라
고, 자기에게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25명 모여있다는 것이고.
교사인 나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3월에는 내 말을 먼저 하고 싶은 26명이 서로의 순서를 조율하는 규칙을 정한다.
가끔 그 규칙을 넘어 내게 집중시키고 싶을 때가 있는데 1학년 아이들에게 써먹는 비법 중 하나는 <흰머리 작전>이다.
선생님 말을 안 들어주니까
흰머리가 생겼어.
흰머리가 많으니 결혼도 못할 것 같아.”
작전을 시작한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이 반짝이는 내 정수리를 직접 본 아이들은
“선생님 말을 잘 들어주겠다.”
“앞으론 친구와 안 싸우겠다.”
“다 함께 사인펜으로 칠해주겠다.”
머리카락에 미안하다고 호~ 해주며 내가 원하는 분위기로 무르익는데
우리 할머니는 완전 흰머리인데
할아버지랑 결혼했는데요.”
한 녀석의 외침 뒤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어
“맞아, 선생님보다 흰머리 훨씬 많은 우리 할머니도 결혼했어요!”
“흰머리 괜찮아요, 걱정마세요!”
한다. 음……, 작전 실패!
다음날 흰머리 없애는 법을 툭 건네주는 또 다른 녀석.
녀석들 탓하지 말고 검은 음식 먹어야지. 녀석들 말에 귀 기울여야겠다. 나보다 나은 데다가, 규칙 안 지키면 본전도 못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