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나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엄청 애써

내가 싫어하는 거 안 할거야. 맞출 수 없는 것 까지는 맞추지는 말자.

by 밍쓰 Dec 18. 2024

나는 불확실한 걸 매우 싫어하는 사람이야.

확률적으로 낮은 것에는 기대를 걸지 않아.

어떻게 보면 보수적인거지.



그래서 애초에 안 해.

내가 지는 싸움은 하지 않아. 천원빵 만원빵 같은 내기를 싫어해. 무모하잖아. 

불확실성에 나는 걸지 않아. 대신 이길 것 같으면 가끔은 하기도 해.

복권 같은 거에 관심 하나도 없어. 확률적으로 매우 낮잖아. 그런 거에 나는 기대를 안 걸어.

대결을 싫어해. 그 과정에서 불공정함이 발생하면 참을 수가 없거든. 연습게임이었다며 무르는 거 제일 싫어해. 

그래서 애초에 안 해.



잘 못하는 걸 안 해.

내가 잘 못하는 걸 같이 하지 않아 나는. 

그래서 때로는 도전에 보수적일 때도 있어. 운동이라던가, 게임이라던가. 

예전에 잘 못했던 경험이 있는 것들은 정말 꺼려져. 볼링장 싫어하고, 랜덤게임 싫어하고. 

근데 사실 안 해본 만큼 잘 못하는 거거든. 그래서 하다보면 잘 할 수도 있는 건데, 나는 못하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싶지 않아서 아예 발을 빼버리고 마는 것 같아.



타로나 운세를 안 봐.

타로나 운세를 안 보는 이유. 내가 거기에 신경쓰고 흔들릴까봐야. 

그러니까 안 믿는 게 아니라. 안 믿고 싶은 거지. 

안 믿으면 말해줘도 무시할테니 괜찮갰지. 그런데 나는 그게 안될 것 같아. 

물론 안 믿긴 안 믿는데. 믿는다는 건 아닌데. 

흔들릴 것 같아. 사람인데, 분명 신경 쓰이겠지.



빈말은 안 해.

지키지 못할 약속은 빈말로라도 절대 안 해. 

아, 물론 빈말은 애초부터 안 해. 

빈말이라도 말해주는 게 뭐 그렇게 어렵냐고? 

난 어려워.



난 선긋기를 해.

사람들은 모두 자기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지.

나는 선긋기를 해. 

친한 사람과 아닌 사람을 선을 긋지.

나는 솔직하게 스스럼없이 나를 드러내는 편이지만,
내가 모든 사람을 다르게 대하고, 

얘한테는 여기까지 말을 하지만, 너한테는 여기까지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너희는 모르겠지. 

어떻게 보면 또 모순적이다. 



나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 

감정이 다 드러나고 말도 많아서 어제 있었던 일을 다 얘기하고 다니는 사람처럼 보여도, 

막상 뭘 물어보면 "비밀이야"라고 대답할 때도 참 많아서.

내가 힘든 것을 드러내는 게 약점이 될까봐 드러내지 않는 편이야. 

그래서 나의 진짜 깊은 고민을 말하는 상대는 진짜 진짜 진짜 한정적이지.



공포영화를 안 봐.

편하게 살고 싶달까.

이제는 무서운 얘기를 하면 그냥 자리를 피해버리고, 공포 영화를 절대 보지 않아.

솔직히 그냥 영화로서 넘겨버려서 아예 까먹고 잘 자는 경우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생각나고 리플레이되고 그런 적이 있긴 있어서. 혼자 무서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심리적으로도 일부로 무서운 것들을 찾아보면서 공포감을 느끼는 것이 쾌락적이라고 느꼈던 적도 사실은 단 한번도 없어서.



매운 걸 안 먹어.

이제 나는 매운 걸 안 먹어. 맛있게 매운 것도 있는데, 그냥 맵고 먹기 힘들기만 한 것도 있어. 

통각이라는 고통을 왜 굳이 느껴야하나 싶어서.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춰주지 않으려고. 

그래서 매운 거 안먹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나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이제는 안 하고 싶어. 



나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엄청 애 써.

빈 말 안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 안 하고, 내기 싫어하고, 지는 싸움 안하고, 낮은 확률에 걸지 않고, 복권 안 사고, 게임 안 하려고 하고, 불공정한 걸 싫어하고, 자존심을 지키려 하고, 타로나 운세 안 들으려고 하고, 약점 안 드러내려고 하고, 무서운 거 안 보고, 매운 거 안 먹고.

여러가지 써봤는데 제각각인 화두 같지만 다 비슷한 내용인 것 같거든 나는.

딱 집어서 뭐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나는 뭐 이래저래 애 쓰고 있어. 나를 지키려고. 흔들리지 않으려고. 탐탁치 않은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고.

싫은 건 단호하게 싫다고 해. 타로 싫어한다고, 게임 싫어한다고, 무서운 거 싫어한다고.



그게 뭐 그렇게 어렵냐고 보채지 마. 

어려우니까.

그러니까 이 글을 다 봤으면 적어도 "같이 타로 봐주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그걸 안해줘?" 라고 생각하지는 말아달라는 거야. 이 글을 다 보고도 그렇게 생각했다면... 설마, 그런 사람 여기 없겠지. 

나한텐 이 문제가 중요해. 매운 걸 먹으면서 힘들어하고 괜히 먹는다고 했네 후회하고 싶지 않다고. 볼링장 가서 지는 거 싫다고. 보드게임카페 안 좋아한다고. 안 친한 사람이랑 노래방 안 갈 거라고. 내일이면 이름마저 까먹을 사람이랑 술기운에 맞팔하기 싫다고. 술게임 너무 싫다고. 무서운 얘기 하지 말라면 좀 하지 말라고.



나는 나를 잘 알아.

나는 나에 대해서 예민해. 나를 잘 살펴보고,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뭔지 끈임없이 고민하고 발견해. 호불호가 뚜렷해.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알아. 뭐든지 파악하려하고 탐구하려는 편인데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는 거지. 

늘 깊게 생각하지만 피곤한 일이라고 생각 안 해. 나를 잘 안다는 건 나를 더 잘 보살필 수 있다는 거라서 나를 좀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거거든. 그래서 나는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거야. 



싫다고 말하는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다같이 맞춰사는 거잖아. 맞출 수 있는 것만 맞추면 돼. 맞출 수 없는 것 까지는 맞추지는 말자.

보드게임 카페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보드게임 카페 싫어한다고 말하는 거, 이기적인 거 아니라고 생각해. 

보드게임 카페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이랑 가면 되는 거잖아. 나랑은 다른 거 하면 되는 거잖아. 나는 그걸 안 좋아하는데 같이 할 필요는 없잖아. 

너가 보드게임을 하고 싶다고 보드게임 싫어하는 나를 데리고 가는 거, 그게 이기적인 거 아니야?




2023.05.23.

Free license Image of www.freepik.com

작가의 이전글 서로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를 지속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