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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Feb 09. 2024

여름날의 아픔

여름이 시작되기 전까지 나는 두 번의 이직 끝에 최근에 다녔던 회사의 불이익으로 인하여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다가온 온갖 방황을 하며 구직활동을 하면서 공허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여러 번 작성하고 디자이너였던 나에게 있어 취업의 필수적인 요소인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구직활동을 하게 되었고 결과는 여러 군데 지원했던 회사들은 결국 나를 부르지 않았다. 어느 날 가까운 지인의 권유를 통해 응급실 야간 보안요원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디자인을 전공하였고 전역 후에는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두 가지 요소를 병행해 왔던 나에게 있어 보안요원은 매우 생소한 직업이었다. 보안요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서류인 ‘신임 경비교육 이수증’ 받기 위해 3일간 교육받아서 얻게 되었고 바로 현장에 투입하게 되었다.


응급실 야간 보안요원인 만큼 피로도가 급격히 쌓이는 것은 물론이고 야간에 근무하는 만큼 응급환자와 술에 취한 내원객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긴장감에 첫 출근날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질 않기를 바랬다. 근무를 이어나가다 보니 상대하기 힘든 내원객들이 많았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자신의 마음이 아파서 온 환자들도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내원객들도 있었다. 드물었지만, 호출을 받을 때마다 환자나 보호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들에게 물리적인 아픔이 아닌 심리적인 아픔을 통해서 그들의 마음을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었던 경험도 있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을 진정시키면서 겉으론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아픈 마음을 공감했다.


그때 당시에 여름은 나에게 있어 아픔의 계절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환자들과 진료 도중에 사망한 환자들을 보게 됨으로써 초반에는 트라우마 마냥 불면증과 동시에 악몽을 많이 겪게 되었고  또한, 많은 이들의 아픔을 공감해 오면서 내가 응급환자가 되었더라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혹은 진료 도중에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게 되거나 떠나보내게 되면 어떤 마음이 느껴질까라는 부정적인 생각들이나 걱정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매웠다. 지금은 이러한 트라우마들을 많이 극복하였고 환자나 내원객에게 느낀 아픔을 항상 기억하며 보안요원으로서 친절하고 따뜻하게 응대하게 되었다.


말할 수 없는 병


환자분 어떻게 오셨어요?


저 그게...


네?


그게...


환자분 증상을 정확하게 말씀해 주셔야 진료가 가능하세요.


흉터


선생님 저 이 상처를 꿰매게 되면

흉터가 남나요?


아쉽게도 흉터는 생겨요.


아... 흉터가 안 생기게

해주실 수 있나요?


흉터는 생길 수밖에 없어요.


파랑새


아름다운 파랑새가 날아와

나에게 다가왔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파랑새는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다.


천둥


천둥 치고 비 내리는 어느 밤


무언가를 잃는 듯 슬퍼하며


자신이 무언가를 잃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천둥이 치자


그는 온 힘을 다해 울부짖었다.


어두워지는 순간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는 순간

아픔을 참아온 이들은 참지 못한 채

고통을 호소한다.


아픔과 동시에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제 와서 후회하고 슬퍼해도


다시 빛을 비출 수 없다.


매미


강한 자신감으로 울부짖던 매미는

시간이 지나 허물을 벗고


힘을 다 할 때까지 울부짖는다.


예전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이 되었다고

알리고 싶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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