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3월 Week3
Week3
2주일 주기로 산부인과 병원 진료 예약을 하는 우리 부부는 저번에 갔었던 진료날 이번주에는 1차 기형아 검사를 할 예정이었다.
'국내 신생아중 약 10%는 선천성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질환이 유전되기도 하고, 임산부 나이가 많을수록 태아의 염색체 이상 발생 빈도가 크다고 한다.'
임신 10~14주 사이에 4차원 입체 초음파를 사용하여 태아의 목덜미와 피부 아래 투명대 사이의 두께를 재는 검사를 하는데, 태아가 다운증후군일 경우 목덜미의 림프선이 막혀 액체가 축적되기 때문에 정상적이 목둘레 넓이가 넓다고 한다.
정상적인 목 투명대는 3mm 이하, 그 이상이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3mm 이상이라고 해서 기형인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목투명대가 두꺼워지는 이유는 태아의 심장기능 이상, 머리와 목의 정맥 울혈, 세포와 기질의 구성의 변화, 림프액 배출의 실패, 태아의 빈혈, 태아의 선천성 감염, 저 단백증 등이 있다고 한다.
지난주 병원을 다녀온 우리 부부는 태어날 용용이의 보험을 들기도 하였다. 친절한 보험설계사님이 설명을 이것저것 많이 해주셨고, 우린 소신 있게 보험을 선택하여 용용이 보험을 들게 되었다.
병원을 다녀온 이후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형아 검사, 단어자체에서 오늘 압박감을 이뤄 말할 수 없었다..'
그동안 수없이 나쁜 습관들로 인해 맘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또한, 수많은 임신부부가 겪어야 할 이 시기를 우리 부부 또한 겪음으로써 다시 한번 부모의 대한 존경심이 벅차오른다.
검사 예정 당일 날 아침, 우리 부부는 검사를 받기 위해 서로 직장에 연차를 쓰고 아침을 맞이했다.
단순하게 평일 날 일을 안 가게 되어 기쁜 마음보다는 검사를 한다는 압박감에 좀처럼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챙겨 병원으로 출발하였다. 집에서 산부인과의 거리는 8km 남짓, 내비게이션에 찍히는 시간대는 10분~13분 사이였다.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지만,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정말 10시간 정도 걸리는 힘든 장거리 운전 같은 기분이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예약한 시간에 맞춰 검사실로 향하였다.
검사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가볍지만, 왠지 마음만은 무거운듯한 느낌을 받으며 검사실로 입장하였다.
초음파 검사를 시작한다.
누워있는 아내와 초음파 검사기 뒤로 1m 정도 남짓 뒤쪽 의자에 쭈그려 앉아 초조한 마음으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다.
히터가 틀어져 더운 건지, 아니면 긴장을 해서 그런 건지 두피를 타고 흐르는 땀이 샘솟듯 폭발한다.
요리조리 초음파 검사기를 아내의 배 위로 문지르며 꼼꼼히 확인을 해주신다.
화면이 이리저리 바뀔 때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더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약 20분여간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신다. 찍어놓은 사진을 바라보시면서,
"아가의 목투명대는 1.16mm 정도 나오고요, 정상적인 범주에 속합니다.'
참았던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약 2주일간 밀려 있던 걱정거리가 한순간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아가의 코뼈, 심장소리와 위치, 머리와 뇌 형성, 그리고 팔과 다리, 탯줄도 확인해 주셨다.
언제나 듣는 용용이의 심장소리는 삶에 지쳐있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원동력이다. 항상 우렁차게 뛰는 소리를 듣자니 가슴 벅차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3D 초음파 사진을 보자니, 용용이는 부끄럼이 많은 아가인 것 같았다.
주먹을 말아 쥐며 부끄럽다는 듯이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 아내를 닮아 MBTI가 I인 아가 같았다.
두 다리를 꼬고 있고,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잇몸이 드러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너무나 신기하다. 한주 한주 커가는 아가를 보고 있자니, 아가가 크는 만큼 나의 책임감도 점점 커지는 것 같고, 뭔가 더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부부는 선생님의 말을 다 듣고 아내가 일어나면서, 우린 서로 밝은 미소로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고, 아내는 진료하기 전 피검사를 받게 되었다.
피검사를 위해 아내는 피를 뽑고, 다시 산부인과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항상 친절하게 우리 부부를 맞이해 주신다.
"오늘 검사 이상은 없고, 다행히 검사 수치는 정상적으로 나왔네요. 뭐 다른 특이사항 있으셨나요? 궁금하신 건 없나요?"
아내가 질문을 한다.
"운동을 조금 하고 싶은데, 해도 될까요?"
아내는 우리가 임신계획을 하기 전 헬스를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임신 확인과 동시에 안정기까지는 격한 운동을 하면 안 되었기에, 항상 집 주변 산책으로 만족하곤 했었다. 그런 아내가 다시 운동을 시작해도 되겠냐는 질문에,
"격한 운동은 안되고, 가벼운 산책이나, 요가, 사이클 등 복압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안될 거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질문한다.
"혹시, 장거리 여행은 이제 가도 되나요?"
최근, 우린 태교여행에 대하여 많은 고민과 공유를 하였다. sns나 영상들을 보게 되면 태교여행에 대해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태교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혹시, 해외여행을 계획하시나요?.. 솔직히 추천드리지는 않아요, 해외에서 만약 무슨 일이 생기게 되면 대처가 안되지 않을까요?"
또 한 번 우리 부부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그렇게 무사히 진료도 끝나고 아내에게 a형 간염 항체가 없어 주사까지 맞고 병원을 홀가분하게 나올 수 있었다.
다시금 돌아가는 차 안에서 우리 부부의 검사 전에 산모의 진료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검사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 같았다.
서로를 알지도 못하고,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얼마나 속상할지 정말 이뤄 짐작할 수가 없었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아내의 팥빙수 제안에, 우린 전문 빙수집으로 갔고, 거기서 산모다이어리 수첩을 꺼내 다시 한번 용용이의 초음파 사진을 들여다본다.
오뚝한 콧날이 아내를 똑 닮았다.
우린 서로 누굴 닮으면 좋겠냐는 대화도 나누고, 서로의 어떤점을 닮으면 좋을지 이야기도 하니, 금방 빙수가 나왔고, 2주간 무거웠던 나의 마음을 빙수를 먹음으로써 시원하게 씻겨 내려간 기분이었다.
하루하루 맘 졸이며 긴장하던 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순 없지만 이제 아내의 식단관리를 위해 항상 노력하려 한다.
용용아, 항상 볼 때마다 씩씩하게 건강하게 자라주어 너무나 기쁘단다.
비록 아직은 부끄러운지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는 용용이가 자랑스럽단다.
건강해서 고맙고 사랑해.
평일날 일에 지쳐 아빠가 항상 용용이에게 먼저 잘게란 말만 하는 거 같지만,
아빠도 열심히 노력할게.
음주도, 흡연도 이제 멀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여보.
정말 검사 전까지 여보 앞에서 내색은 안 했지만 나 얼마나 맘 졸였는지 몰라.
겉으론 덤덤한 척하고, 무신경한 듯 보였겠지만,
정말이지 맘 졸이며 하루하루 보낸 거 같아.
검사결과에 감사하고 용용이를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준 여보에게 영광을 바칩니다.
항상 사랑하고, 나도 열심히 잘하는 아빠가 되어볼게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