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비행 그리고 눈물
제주도가 이렇게 멀 줄은..
코코아빠의 고향이슈로 인해 가족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야만 하는 일이 7개월 코코에게 생기고 말았어. 돌잔치를 고향에서 하지 못할 상황이라 한번 인사는 드려야 할 것 같아서, 큰맘 먹고 비행기를 탈 계획을 시작했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공항에서는 제주도를 가는 편이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았지만 그래도 고려할 것들이 몇 가지가 있었어. 먼저 이유식 시간. 코코는 보통 11시 반에서 12시 사이에 이유식을 먹어. 그렇다 보니 이유식을 먹이고 비행기를 탈지, 비행이 끝나고 이유식을 먹일지를 고민했는데, 그 고민은 길지 않았어. 왜냐면 이유식을 주지 않으면 절대 울음을 그치지 않을 것을 우린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이유식을 먹인 직후에 탑승할 수 있는 시간대로 예약을 했어. 그나마 낮잠시간은 좀 유동적이라 고려사항은 아니었지. 그렇게 비행기를 예약하고 나니 준비할 것들이 더 보였어. 압력차로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귀마개를 준비했고. 비행기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이 필요해서 떡뻥 먹는 연습도 했어. 평소 유모차를 많이 사용해서 자주 쓰지 않는 아기띠도 꺼내 몸에 맞춰두고, 아기를 아기띠에 앉혀 안고 있는 것도 연습했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기는 예상대로 행동해주지 않는 것이 국룰이라지.
그렇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예측하고 계획한 그날이 왔어. 우린 이륙 한 시간 반 전에 공항에 도착해 아기 휴게실에서 이유식을 먹였어. 여기까진 아주 계획대로였지. 보통 이유식을 먹는 중간에 대변을 보는 코코가 대변을 보지 않았다는 것만 빼면 말이야. 이유식을 먹고 후식으로 사과주스를 먹을 때까지도 변을 보지 않았어. 가끔 변을 건너뛰는 그런 날인줄 알았던 우린 24개월 미만 교통약자 배려를 받아 비행기에 1번으로 올라 제일 앞자리에 편안하게 안착을 했는데.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잘 안겨 있던 코코가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슬슬 보채기 시작한 거야. '그래 처음이니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활주로 사정으로 이륙이 15분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올 즈음 사고는 터져버렸어. 빅응가를 해버린 코코는 대성통곡을 시작해 버렸지. 이륙 직전이라 화장실로 갈 수도 없었고, 달래지지도 않는 아이를 안고 주변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며 이륙하기만을 기다렸어. 냄새는 점점 주변으로 퍼지고 우리 부부의 안색도 점차 사색이 되고 있었어.
그렇게 15일 같던 15분이 지나고 비행기가 이륙했고 우린 안전벨트 등이 꺼지자마자 화장실로 갔어. 승무원의 도움으로 기저귀 갈이대가 펼쳐졌지만 7개월 아기 치고는 좀 큰 편인 코코는 한쪽 벽에 발이 닿았고 한쪽벽엔 머리가 닿아있었어.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틈이 없었어. 빠르게 기저귀를 갈고 있는데 세상 처음 듣는 울음소리를 또 터뜨리는 코코. 가만 살펴보니 기내 화장실 선반에 놓인 플라스틱 구조물에 머리를 부딪혔더라. 다행히 유혈사태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안 그래도 달래 지지 않던 아기에게 통증까지 더해졌으니 울음을 그치는 것은 멀어져 버렸어.
그렇게 짧은 비행은 눈물과 울음, 그리고 냄새로 가득했어.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 비행기는 서서히 착륙준비를 했고 코코는 그제야 잠들어버렸어. 그렇게 비행 내내 코코의 울음과 냄새를 참아준 고마운 승객분들이 내릴 때마다 '너였구나' 하는 시선을 받았지만, 그 시선이 안쓰러움과 동정이 섞여있어 감사할 따름이었어. 그렇게 제일 먼저 비행기에 오른 우리 가족은 제일 마지막에 비행기에서 내렸고, 첫 비행은 그렇게 눈물과 미안함, 민폐에 감사함으로 마무리가 되었어.
아기들은 절대 계획대로 되지 않는구나. 응가 한 번의 나비효과는 제주도 있는 내내 이어졌고 하계 극기훈련 같은 우리의 첫 제주나들이는 엄마 아빠의 급격한 체중감소까지 이뤄내며 웅장하게 끝이 났어.
계획대로 되는 소아과아빠의 외출은 언제쯤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