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뷔톤 엄지척
루이스 뷔톤이라고 가방 가게인데 아시나요? 유명한데. 여기 가방이 엄청 비쌉니다. 우리나라에도 매장이 있어요.
그걸 큰맘 먹고 하나 샀는데 말이죠. 이게 마지막 남은 재고라서 색깔도 못 정하고 샀는데 애매하게 가방 혼자 예쁜 걸 사버린 겁니다. 가방이 지 혼자만 예뻐서 어떤 옷이랑도 매칭이 잘 안 되는 거죠.
이런 색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정은 하지 않고 있지만 내심 애물단지가 돼버려서 잘 꺼내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뉴욕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 일이 터져버린 겁니다.
이삿짐이 두 달 동안 배 타고 와서 그거 푼다고 또 한 달 걸렸는데 가방을 꺼내보니 글쎄...
테두리가 전부 쥐가 뜯어먹은 거모냥 이 꼴이 돼 있는 겁니다. 아 이삿짐 업체 탓은 아니었어요. 포장할 때 잘 포장해서 넣었는데 그대로 있었거든요.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니 저 옆 테두리가 말이죠 '엣지코트'라는 건데 가죽 잘라낸 단면이 퍼지지 않게 마감하는 약품 같은 거거든요. 가구에 니스칠하듯이 쫀득한 액체를 가죽 테두리 단면에 발라서 마무리하는 건데 그게 녹았더라고요. 녹아서 들러붙었어요.
어쩝니까. 한국에서 산 거고 여긴 뉴욕이고. 산지도 4년도 넘었을 거예요. 가방회사 AS 정책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무상 AS 기간은 지났다고 봐야죠.
그래도! 비록 아무 때나 아무 데나 못 들고나가는 애물단지지만 그래도 어쩝니까 기념으로 산 건데 수리는 해줘야겠다 싶어서 매장을 찾아봤습니다.
다행히 세계에서 가장 큰 상점이라고 대문짝보다 크게 써붙인 메이시스 백화점에 가게가 입정해 있더라고요. 무작정 갔습니다. 너무 비싸게 부르면 그냥 와야지 하며...
가게에 들어가니 왠지 가방 만질 때 장갑 끼고 만지는 분들이 나오셔서 어떤 제품을 찾느냐는데 말이죠. 주섬주섬 가방 속에서 문제의 가방을 꺼내면서 '뭐라고 말하지? AS가 영어든가? 콩글리시든가?' 그러고 있는데 그 장갑 낀 분이 가방을 보더니 움찔! 하고는 조용히 제 손에서 넘겨받아 가셨습니다.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잠시 뭘 하는 듯하더니 장갑을 안 낀 매니저 같은 분을 데리고 오셨어요. 설명을 듣자 하니 이 가방이 소재 사용이 잘못돼서 원래부터 이런 문제가 있다고 보고됐고, 업체에서는 조용히 -조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제가 몰랐으니 조용했다 치고- 환불을 진행했더라고요.
구입한 지 4년이 넘었는데 AS 기한이 없는 건지, 하긴 소재가 잘못 쓰였으니 기한이 없는 게 맞긴 하네요. 할튼 교환을 진행해 줬습니다.
같은 모델은 단종이 됐다며 다른 걸 고르라는데 이게 감가상각이라는 게 있잖아요. 쓰던 물건이고. 그런데 '그 당시에 이 모델과 같은 가격이었던 단종되지 않은 다른 모델'과 같은 가격으로, 그러니까 물가 인상분을 반영해서 그 금액만큼 물건을 고르게 해 주더라고요.
아니 색깔 잘못 골라서 애물단지 돼서 쓰지도 못하는, 지만 이쁜 이기적인 가방을 새 가방으로 교환해 준다고? 이런 땡큐가 있나.
그래서 원래 가방보다 더 큰 거 하나, 더 작은 거 하나 -어쩐 이유에선지 그 둘의 가격은 같았습니다만- 골라서 개운하게 교환받아 왔습니다.
오늘은 뉴욕에서 살기 힘든 육아 이야기가 아니라 뭐랄까 생활꿀팁(?) 같은 글이 됐네요. 장롱에 저 가방 있으신 분들은 어서 뉴욕 메이시스 백화점 루이스 뷔톤 매장으로... 아니 우리나라에도 있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