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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마켓

소문난 잔치

대문 사진의 진홍색 벽체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바로 첼시 마켓을 상징하는 입구와 간판입니다. 뉴욕 관광 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명소이기도 하죠. 오늘은 소문난 잔치, 첼시 마켓에 함께 들러보겠습니다.


첼시 마켓은 맨하탄 남서쪽 허드슨 강가에 접해 있는, 말하자면 골목시장입니다. 힙한 상점이 입점해 있고, 맛집도 있고, 특이한 예술 작품이나 인테리어 소품들, 이른바 '영감을 주는' 물건을 파는 작은 편집샵들이 모여 있습니다.

센트럴파크 남쪽의 주요 명소

첼시 마켓은 도시 재생의 일환으로 개발된 곳입니다. 낡아서 더 이상 쓰지 않게 된 공장을 허물지 않고 보수해서 사용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로 치면 청계천 세운상가 같은 위상입니다. 그래서 외관은 낡았지만 내부는 의외로 깔끔합니다. 걷다 보면 구조가 좀 이상하긴 하죠.

많다(좌)와 적다(우) 대조의 올바른 예시

구글에 '첼시 마켓' 검색하면 여행 업체에서 쓴 포스팅이 줄줄이 나옵니다. '첼시 마켓에서 꼭 들러야 하는 곳 TOP 5' 같은 제목이지요(제가 방금 지어낸 겁니다). 거기서 반드시 끼는 곳이 랍스터 매장입니다. 첼시 마켓은 랍스터를 싸고 맛있게 파는 것으로 유명하거든요.


하지만 실제로는 별로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맛이 없지는 않은데 '굳이 거기까지 가서?' 할 정도로 그냥 그런 맛입니다. 뉴욕 5번가에는 훨씬 맛있게 하는 레스토랑이 널려 있는 데다, 그냥 맛만 보는 수준으로 먹으려고 해도 60달러(약 8만 원)를 들여야 하니 딱히 저렴하다고 보기도 어렵죠.

간단한 버거나 샌드위치, 타코, 라멘을 파는 가게도 많습니다. 먹어보면 마찬가지입니다. 분위기 맛이죠. 관광지다 보니 오가는 외국인들도 많고 시끌시끌한 분위기에, 줄 서서 기다렸다 받은 음식이니 맛이 없는 게 이상하겠지요.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아무래도 관광객이 아니다 보니 여기보다 맛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맛집을 한두 군데만 알아도 더 냉정하게 판단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심지어 팬케익을 시켜도 2만 원은 넘게 줘야 합니다

소위 '영감을 주는 가게'는 마켓 아주 바깥쪽에 있거나 안쪽 깊이 들어가면 나옵니다. 수공예품도 팔고 제법 느낌 있는 그림도 있습니다만, 많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걸 아마존에서 살 수 있는 물건도 많고요, 다이소급 싸구려 중국산 공산품 가게가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뉴욕까지 가서 이런 걸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프린팅 티셔츠류는 정말 많습니다 아마존에 더 많고요

진작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오늘 시종일관 굉장히 냉소적인 입장을 열심히 글에 녹여 넣고 있습니다. 그만큼 첼시 마켓이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겠지요. 


처음 뉴욕에 도착해서 얼마 안 가 잔뜩 기대한 채 방문해 보고 적잖이 실망을 했습니다. 그 뒤에 손님이 와서 여행안내를 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열심히 말렸지만 고집하셔서 결국 또 방문을 했고 실망감이 두 배가 됐죠. 

알록달록 사진 찍기 좋지만 아쉽게도 프린트물이죠

첼시 마켓의 관광 메커니즘은 가상화폐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가치는 없는데 기대감이 수요를 부르는? 안 가보고 아쉬워하느니 가보고 실망하는 편이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혹시 이 비루한 글이 뉴욕에 놀러 가는 어떤 독자께 미력하게나마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부디 여정에서 첼시 마켓은 꼭 빼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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