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에 1학년으로 있다가,
기숙사 생활 중에
운동을 하지 않고 야식과 맥주를
즐기다 보니 체중이 점점 늘어났다.
"야, 너 등에도 살이 찌다니?"
"진짜 낙타 같아, 낙타!"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지을 법한 별명이
어느덧 14년이 흘러 지금도
동기들 사이에서는 내 이름만큼이나 자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별명은 최근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인간의 정신적 발달 단계를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 중 낙타는 첫 번째 단계로
자발적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자신을 낮추며,
어려움을 견디고,
외부의 권위와 도덕적 규범에 순응하는 존재로
묘사된다.
'아... 나 낙타 맞았네'
하루 하루 견딘다는 기분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집에서 육아를 하면서
'좋은' 의사이자, 남편이자, 아빠이자, 아들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과 같았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정의하는 '좋은 것'이 아닌,
내가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나만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나의 일상을 여기에 기록하며
나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