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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본아 Nov 05. 2024

프롤로그-지워내고 다시 쓰며

내 첫걸음을 기록하게 되다


민들레 홑씨처럼, 나도 자유롭게 훨훨 나는 날이 오기를, 누구에게도 억압 당하지 않고, 오직 나 자신으로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내가 한 다짐이 내일의 나를 웃게 하기를, 바라며.




2021년 건강이 무너져 내리며 2024년 현재까지 내게는 참 많은 불행이 쏟아지듯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한 나의 이야기를 담아보기 위해 브런치 작가를 신청해 보기로 결심했다. 


3번 신청했는데 결과는 다 떨어지게 되었다. 


'아, 내가 글실력이 진짜 모자란가.'


묘한 자괴감과 패배감이 들었고 글쓰기를 잠시 접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서 내 글을 보고 어느 정도 왜 떨어졌는가 수긍이 되기도 하였다. 


내가 얼만큼 피해를 받았는가, 내 피해가 얼마나 큰가에 치중해, 과도한 울분과 원망을 남발하는, 내 글은 그저 낙서와 다름이 없었다.


사실 여전히 나는 힘든 일들을 겪어내고 있다. 끝내고 싶어도 계속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반려견을 9월에 떠나보내야 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떠나보낸 반려견의 빈자리가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생각만 해도 박탈감이 너무 큰 상태다. 


그랬기에 안의 분노와 슬픔을 제대로 다뤄내지 못해 원망이 그대로 글에 표출이 되었다는 이제야 보이더라.


다시 보니까, 부끄럽기도 하고, 채택되지 않은 것도 이해되기도 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지워내고 다시 한 번 써보기로 했다.


내 감정을 다 내려놓고, 조금은 한 걸음 뒤에 서서, 내 상황을 바라보면서, 내가 겪은 이 이야기를 풀어내 나가 보기로 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를.



담배가 내 인생에 파란을 일으킨 동시에

담배가 내 인생에 진실을 알려준 은인이 된,

'보이지 않은 폭력'을 당한 나의 이야기를



건강이 무너져 내린 건 내가 원치 않는 담배 연기를 맡아서였다. 금연한다는 아빠의 실내흡연으로 온 가족이 간접흡연을 당하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막고 싶었지만, 그때부터 아빠의 가스라이팅이 시작되었다.


집안에 담배 연기를 확인하고, 담배가 버젓이 떨어져 있어도, 아빠는 오히려 내가 너무 예민해서 본인이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상황을 왜곡해 심리를 조작했다.


은밀하고 조용하게 가족을 통제하고 조종한 아빠의 실체를 30대가 넘어서야 알게 되었다. 


나름 평범하다고 생각한 내 가족은 이런 불안과 통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던 '역기능 가족'이었고, 많은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부당한 감정을 떠넘겨 받으며 살아야 했던 나는 '희생양' 포지션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내가 왜 어릴 적부터 예민하단 말을 수없이 듣고 자랐는지 깨달았다. 나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며 '예민한 애'라는 프레임 속에 갇혀 살게 만든 사람들 때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내가 원치 않은 감정들을 억지로 떠넘겨 맡으며 살았고,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 늘 나를 자책하며 스스로를 지켜내지 못했다.


간접흡연, 가스라이팅, 정서적 학대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타인의 눈에 온전히 피해가 보이지 않는다. 오직 당하는 피해자만 겪어내야만 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인 것이다.


2021년부터 건강이 무너진 간접흡연이란 알았지만, 실내 흡연을 지속하기 위한 아빠의 가스라이팅에 휘말리며.


나는 내가 잘못된 게 아닌 걸 증명하려도 부단히 노력했지만, 결국은 아빠가 만들어놓은 덫에 빠져서 지옥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간접흡연 이슈로부터 지난 3년간 '보이지 않는 폭력'과 맞서싸워왔다. 그 부단히도 무너지고 스스로의 존재가 흔들리는 속에서 나는 역기능 가정의 자녀라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상황과 감정에 대해 최대한 차분히 기록해내보고 싶다. 


그럼 시작하겠다, 담배가 내게 어떻게 진실을 알려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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