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 꽤나 잘 파는 사람일지도?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한 번 팔고 말 상품은 아니라는 거, 본인이 제일 잘 알 겁니다. 지속적으로 나를 찾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고객과 그런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신뢰, 진심, 배려가 필요합니다. 자주 연락하면 참 좋겠지만 내 상품을 구매한 불특정 다수에게 언제 연락해야 하는지 주기를 정하기도 참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나름의 기준을 세워 볼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츤데레, 뜻은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네이버 사전)입니다. 주변에 츤데레가 있나요? 그 사람이 당신에게 주는 기쁨은 어떤 기쁨인가요? 아마 '예상치 못한 순간의 작은 기쁨'일 겁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나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에 감동을 받습니다.
우리가 마케팅을 할 때 고객이 '어머!' 했다면 우리의 의도는 성공한 겁니다.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기쁨을 어떻게 선사할까요? 우선 절대 따라 하면 안 되는 예시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A : 전에 겨울만 되면 목도리가 너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B : 응 맞아 그래서 전에 쓰던 낡은 거 버리고 최근에 사긴 했는데 그거 세탁하면 뭐 써야 할지..
A : (쓰윽 건네며) 가져
B : 어머 뭐야?
A : 오다 주웠다.
이건 친구나 연인이 될 사람한테 하는 겁니다. 절대 고객한테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물론 제 글을 읽는 분들은 수준이 높으셔서 그럴 리 없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좋은 예시입니다.
A : 전에 겨울만 되면 목도리가 너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어?
B : 응 맞아 그래서 전에 쓰던 낡은 거 버리고 최근에 사긴 했는데 그거 세탁하면 뭐 써야 할지..
A : (쓰윽 건네며) 가져
B : 어머 뭐야? (여기까지 같습니다.)
A : 너 작년에 목도리 꼭 있어야 한다고 항상 두르고 다녔잖아. 겨울만 되면 너 생각이 나네
두 경우가 비슷하지만 다른 건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되짚어 준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과 별것 아닌 작은 호의는 공통적으로 드러난 특징이고요. 이제 하나씩 자세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1. 예상치 못한 순간.
저는 회사에서 총무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의 주 업무 중에 업무용 차량 관리도 있는데 주로 렌터카 업체에서 렌터카를 렌트하고 반납합니다. 어느 날 렌터카 업체 담당 직원이 평소에 하지 않는 질문을 뜬금없이 했습니다.
"지금 회사에 계신가요?"
"네 맞습니다."
"제가 오늘 14시쯤 찾아봬도 괜찮을까요?"
"네 오셔도 되는데 어떤 일 때문이신지 알고 싶습니다."
들어보니 장기고객에게 선물 비용으로 예산이 짜인 게 있어서 택배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전달해 주러 오신 거였습니다. 빈폴 양말세트와 작은 우산, 살균 소독 칫솔 케이스였습니다. 지난 2년 간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라 자동으로 '어머!'가 나오더라고요. 기쁨의 광대뼈는 제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서로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고 허리 숙여 인사했습니다.
선물 비용으로 따로 예산을 빼서 관리한다는 걸 연인 관계로 만든다면 아마 이렇게도 적용해 볼 수 있겠네요. 어차피 선물해야 하는 때는 그대로 선물을 하되 일부 비용을 빼서 어느 날 갑자기 꽃 한 다발을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다던가 갖고 싶어 하는 걸 무심코 지나가는 말로 했다면 기억하고 있다가 뺀 일부 비용으로 구매해서 선물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반응은 당연히 '어머!'가 나오지 않을까요?
2. 별것 아닌 사소한 호의
제가 올해 8월에 베트남 하노이 여행을 했었습니다. 호텔 직원 중에 한국어 발음이 눈 감고 들으면 완전 한국인 수준으로 엄청난 한국어 능력자가 있었습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안돼서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간단하게 마실 수 있는 차와 젤리를 주셨습니다. 그러고는 능숙한 한국어로 저희의 일정을 물어보시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카톡으로 연락 달라며 먼저 카톡 ID를 알려주더라고요. 경험해 보지 못한 친절함에 당황스러움은 있었으나 별점 5개도 모자란 감동적인 서비스에 이내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친해짐을 뒤로한 채 그녀는 잠시 사라졌고 마침내 체크인을 하고 방 안내를 직접 해주는데 안내해 준 방은 킹 사이즈 침대가 2개나 있는 큰 방이었습니다. 방에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구에 있는 테이블 위로 한국어 글씨가 눈에 띕니다. 한국어로 방을 예약한 친구에게 편지를 써준 겁니다. 인쇄가 아니라 직접 자필로 쓴 편지였고 오늘은 사람이 없어서 방을 업그레이드해줬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내용도 있어서 참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지내다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노이 비스포크 트렌디 호텔!
여기까지 읽다가 누군가는 '이게 사소한 호의가 맞나?' 싶을 겁니다. 저도 그 부분에 동의합니다. 호의를 느끼는 감정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저는 이 정도는 마땅히 받으면 기분 좋은 사소한 호의였습니다. 과하지 않고 추가적인 비용이 나올까 불안하지도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서비스에 '추가 요금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사소한 호의가 아닙니다. 이 경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기분이 좋아져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3. 상대방의 말을 정확히 기억하고 되짚어주기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라고 합니다. 이어서 어쩌면 칭찬보다 효과가 좋을 수도 있고 이는 자신에 대한 중요성을 충족시켜주는 관점이라고도 설명을 합니다. 그만큼 내 이름, 내 이야기 등을 기억해 준다면 기억해 주는 이에 대한 호감이 그만큼 커질 수 있습니다.
사소한 호의가 있는 예상치 못한 순간, 여러분은 어떤 게 생각나시나요? 저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분양 전단지와 함께 주는 물티슈 정도가 떠오르네요. 지인에게서는 식당에서 밥 먹다 음식을 흘렸는데 무심코 휴지 두 장을 뽑아준 덜 친한 지인이 있습니다. 잠깐은 좋겠죠. 그러나 오래 생각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래 기억하게 하고 일 끝나고 집 가다가 문득 떠올라서 검색을 통해 우리 상품을 찾아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당신만을 위한 메시지야'라는 의도가 반드시 드러나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그저 길거리에 흔하디 흔한 광고물에 불과합니다. 제가 느꼈던 분양 전단지와 함께 주는 물티슈처럼 말입니다.
코로나로 배달 시장이 호황일 때 배달의 민족에서 떡볶이를 주문한 날이 있었습니다. 음식을 받고 비닐 위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 자필로 쓴 짧은 감사 편지가 감동으로 다가왔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별거 아닌 말이었지만 기계적으로 붙여 놓은 포스트잇이 아니라 정확하게 제가 주문한 로제 떡볶이를 언급하며 '저희 로제 떡볶이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행복한 맛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적어주셨습니다. 제가 주문한 로제 떡볶이처럼 상대와 관련된 사소하지만 사적인 정보를 알면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사람이고 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 또한 사람입니다. 제가 감동받았듯이 제 상품을 구매하는 사람도 감동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정도 노력을 하면 고객의 마음속에 재구매 욕구를 심어주고 끌어올려줄 수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언제 이 말들을 실행으로 옮겨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전달하고 마무리하려 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해 본 몇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물론 과하다고 느끼긴 했는데 그만큼 인상 깊었던 건 사고 나서도 사후관리에 대해 신경을 썼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라면 한 3회 정도로 더 잘 읽는 방법이나 구매자의 공통적인 Q&A를 메일로 답해주거나 구매자만 가입 가능한 커뮤니티 홍보라면 굉장히 손뼉 치며 칭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구독 메일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메일을 발송해 주는 플랫폼도 많기 때문에 이용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 정수기, 비데 등 렌털 상품과 보험 등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종료 시점에 가까워질 때 전화해서 불편한 건 없었는지 연장이나 새로 하고 싶은 게 있는지 확인하며 연락하는 방법도 고객유지에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저는 종종 받아봅니다. 프린트한 것이지만 마치 손으로 쓴 듯한 글자체로 감사하다는 내용의 짧은 포스트잇 편지와 함께 구매 제품과 관련된 상품을 더 볼 수 있는 카탈로그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맞는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해 보세요. 어느 순간 내 상품의 판매율이 훨씬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때 내 제품만 고집하는 충성고객도 생길 수도 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