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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부지곰 Oct 19. 2024

다애-All Love(1)

  나는 셋째 주 화요일을 기다린다. 다애 다문화 학교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 등록된 대안 교육기관으로 다문화 학생과 중도 입국 학생들이 다니는 중학교이다. 전교생이 19명인 이 작은 학교는 수서역 근처 상가의 6층에 있다. 나는 다른 봉사자와 함께 한 달에 한 번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을 한다. 교장선생님께서 ‘너희가 밭에서 곡식을 벨 때, 그 한 뭇을 밭에 두고 왔거든 다시 가서 가져오지 말고 나그네와 고아와 과부를 위해서 남겨 두라’라는 성경 구절에 감동하여 2011년에 이 학교를 세우셨다.


  첫날에는 자기소개로 ‘진실 혹은 거짓’ 활동을 했다. 이것은 자신과 관련한 3개의 진실과 1개의 거짓을 적고 무엇이 거짓인지 맞히는 놀이이다. 시범으로 내가 문제를 냈다.


  “저는 춤을 잘 춥니다. 제 고민은 탈모입니다”, 하며 읽어 내려가는데 한 아이가 질문했다. 탈모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때 뒤에서 지켜보시던 선생님이 본인의 민머리를 내밀며 “This is 탈모.”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한글은 서툴지만 "저는 BTS를 좋아합니다. 태권도를 잘합니다. 고백을 4번 받았습니다." 등의 중학생다운 발표를 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가려는데 브라질에서 온 니콜이 나를 따라왔다. 어디서 왔냐고 내게 묻고는 두 손을 모으고 “고맙습니다.”라고 수줍게 했다.


  ‘스타 가위바위보’라는 공동체 놀이도 했다. 빨리 친해지려면 같이 노는 게 최고다. 약간의 스킨십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수업하러 온 봉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이리저리 섞여 가위바위보를 하다가 어깨를 잡고 한 줄이 되었다. 나는 계속 이겨서 선두가 된 몽골 소년 바타르의 손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좁은 복도를 지나 교장실로 들어갔다. 업무를 보시던 교장선생님은 은 방갑자기 30여 명이 줄줄이 들어오니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셨다. 하지만 잠시 후 상황을 파악하시고는 우리를 반겨 주셨다. 그런데 눈치는 없으셨다. 바타르에게 가위바위보를 이기신 것이었다. 친구를 응원하던 아이들은 실망했다. 그래서 우리는 재도전했다. 그런데 교장님이 연거푸 이기셨다.


  곧 종이 칠 테니,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 움츠려있던 중국 소녀 리나가 1등을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제발 그녀가 교장님을 이기길 빌었다. 리나의 손을 잡고 비장한 마음으로 교장실 문을 열어젖혔다. 다 함께 결전을 앞둔 두 사람을 빙 둘러섰다. 약속한 듯 모두 숨을 죽였고, 나는 “가위바위보!”라고 외쳤다. 드디어 그녀가 승리했다. 우리는 상가가 떠나갈 듯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들은 양손을 하늘 위로 높이 들어 리나를 연호했다. 그녀는 진짜 슈퍼스타가 되었고, 처음으로 활짝 웃었다.


  학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식사도 했다. 바쁘실 텐데 생각보다 많이 참석해 놀랐다. 양복을 차려입은 아버님, 히잡을 두른 어머님 등 모습은 다르지만,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었다.


  “첸준은 성격이 참 좋아요. 도와줄 게 없는지 늘 먼저 와서 물어봐요.”라고 어머니께 아들을 칭찬했다.


  중국에서 온 첸준은 반장이다. 발표도 잘하고 책임감도 강해 늘 뒷정리를 도맡아 한다. 그런데 작년에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어둡고 소극적이었다고 하셨다. 학교 덕분에 밝아지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며 어머니께서는 서툰 한국말로 거듭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셨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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