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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3

by 철부지곰

사랑하는 아들에게


두부 과자는 잘 먹고 있니? 갑자기 두부 과자가 먹고 싶대서 웃겼어. 감옥생활을 콩밥 먹는다고 하잖아. 너도 학원에 갇혀있어서 콩으로 만든 두부 과자가 먹고 싶은 건가, 싶더라. 뭐가 먹고 싶다고 한 것은 처음이어서 기숙학원으로 바로 주문했지. 같이 있는 수감생 아니 수험생과 나눠 먹으라고 넉넉하게 10 봉지를 플렉스!

택배 도착 알림이 오자마자 네게 메시지를 남겼어. 그런데 음식은 금지 품목이어서 뺏겼다니! 금방 상하는 게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부피가 커서 도로 가져오려면 힘들 텐데. 무엇보다 먹고 싶어서 얼마나 눈에 아른거리겠어. 휴가 때 주실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 돌려주셔서 다행이야. 오래 기다린 만큼 더 고소했겠어.

지난 목요일은 스승의 날이었어. 아침에 깜깜한 교실의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었지. 그런데 폭죽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케이크를 들고 튀어나와 놀라 넘어질 뻔했어. 아이들은 그런 나를 보며 성공의 손뼉을 쳤지. 불을 켜니 칠판은 수많은 풍선과 띠 장식으로 빈틈이 없었고, 함께 모은 편지도 붙어있었어.

도대체 언제 이걸 준비했냐고 물으니 일주일 전부터 도서관에 모여서 몰래 회의했었대. 요즘 점심시간에 늦게 와서 혼냈었는데, 말 못 할 이유가 있던 것이었어. 9시가 다 돼서야 오던 아이들이 오늘은 아침 7시에 모였다고. 개구쟁이 녀석들이 함께 풍선을 불어 붙이고 초코파이를 쌓아 올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더라. 아이들도 자신의 작품을 보면서 스스로 뿌듯해했어.


하지만 기쁨은 잠시. 파티의 주인공인 엄마에게는 긴 뒤처리가 남아있었지. 바닥에는 폭죽의 잔해와 색종이 조각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고, 아이들은 케이크를 퍼먹다 흘려서 크림이 책상과 바닥에 떨어졌어. 흥분한 아이들은 뒷정리는 뒷전이었지. 빗자루와 물티슈를 들고 쫓아다니며 치웠어. 이제 거의 다 됐다, 싶었는데 칠판에 붙어있던 풍선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수백 개의 꽃가루가 다시 쏟아지고.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스승의 날이었어.


그래도 정성껏 준비한 아이들에게 내색할 수는 없잖아. 서둘러 기념사진을 찍고 간식도 모두 나눠줬지. 그리고 교과 시간에 혼자 싹 정리했어. 쉬는 시간에는 작년 제자들이 손 편지와 종이로 접은 카네이션을 들고 찾아왔어. 학급 칭찬을 모아서 댄스파티, 간식 파티, 가을 나들이 등이 기억에 남는다고. 교과 공부를 더 많이 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어. 재미있게 놀게 해 줘서 고맙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 그중에는 이렇게 적은 아이도 있었어.


“선생님, 제 편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수가 적고 여린 아이였는데, 한 번은 서럽게 울더라고. 여럿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해서였어. 이 친구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 같은 아이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지. 그리고 같이 모여 친구가 느꼈을 감정을 설명해 주었어. 아이들은 서로 사과했고, 이후 그 아이는 조금씩 단단해졌어.


한 사람만 내 편이 되어준다면, 살아갈 용기가 나지.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한 세계가 함께 한다는 것이니까. 많은 사람의 축하 속에도 엄마는 있겠지만, 홀로 외로워도 엄마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언제나 네 편이니까. 그러니 시험을 잘 봐도, 못 봐도 걱정하지 마. 함께 안아주고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2025년 5월 18일 일요일

사랑하는 엄마가

PS. 두부 과자는 질리게 먹었니? 혹시 남았으면 휴가 나올 때 한 봉지만 가져와. 같이 먹으면서 출소 아니 외출 축하 파티하자!


<답장>


좋은 글입니다~


두부과자 3 봉지 째고 1 봉지는 친한 형이 그걸 왜 먹냐 그래서 한번 잡숴보라고 줬어. 휴가쯤 딱 두세 봉지정도 남을 거 같은데 들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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