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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Mar 10. 2024

끝 눈

봄, 당신도 겨울이 그리워 우는것이요?

열번째 겨울이요.
그리고 맞이하는
열 한번째 봄이요.
다가오는 봄 주제에
공기와 바람이 몹시 차갑소.
그러다 뜬금없이 눈이 내리기도 함에
겨울은 그렇게 정녕 끝남을 알리나 보오.
눈내린 설원은 2월의 마지막주 라고 하기엔
시간을 역행한 풍경임에
퍽 아름다웠소.
겨울은 운명을 거스르고싶었나 보오.
그럴수 없으면서도
숙명을 믿지 않고 바둥거리는 꼴이요.
세상을 덮은 눈은 단시간에 사라질것이 분명하네.
나는 하얀 설원을 보며 생각했다.
마지막이라니.
이리 펑펑 우는것을 보면
겨울은 떠날 마음에 퍽 서운한가 보오.

멀리서 보기엔 눈내린 설원은 아름다웠다.
마지막이라니.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나 역시 마지막으로 가까이 붙고싶은 마음이네
그리 보였기에 설원을 맨발로 걸어보니
겨울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나를 붙잡나 보오
차갑다가 어느순간엔 아팠네.
그렇게 아프다가 어느순간엔 가슴이 아팠네.
그렇게 아프다가 어느순간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네.

이리 따뜻하면서도
이래 차가울수가.
이리 이쁘면서도
이래 잔인할수가.
이리 서운하면서도
이래 섭섭할수가.

겨울은 그렇게 떠남에
으레 눈물을 닦느라 젖어버린 소매처럼
온 세상이 축축하오.
이렇게 눈물이 많으면서 이제 와
붉어진 두 눈으로 눈물을 참는 꼴이라니.
참으로 변덕이 심하구나.

그에 응수하듯 비가 쏟아졌다.
봄, 당신도 겨울이 그리워 우는것이요?

종일 비가내리다 저녁이 되어 밖에 나와보니
쏟아지던 비는 우박이 되어 내리길
나, 하늘을 보며 말했다.

칠석은 멀었는데 견우와 직녀가 일찍이 만났는가 싶소
우박이 거세게 내리는걸 보아하니.
봄, 당신 겨울을 부둥켜 안았구나.
이래 눈물이 많아 참 부끄럼 많겠소.
담배가 다 젖어 태우질 못하게됐으니
나중에 술한잔 사시게.
첫눈으로 돌아오시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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