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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연지기 Mar 24. 2024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그런 하늘에, 그런 밤

무뚝뚝한 당신에게서
제가 듣고 싶은 건
고작,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였습니다.
끝끝내 눈치를 주어도 한마디 입을 때지 않는
당신이 밉기도 하고
앙 다문 입술을 질끈 씹으며
무엇을 말을 할까 말까 하는 당신이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겨우 입을 땐 한마디는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
많이 많이 좋아한다는 한마디에
그게 얼음보다도 더 차가운 당신에게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게 욕심이라는 것일까요.
최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그 한마디가 더 듣고 싶어 졌습니다.
그야말로 이유 없이 소외받는 기분이 들어
저는 그만, 눈물이 자꾸 쏟아지려 한 것입니다.
눈치 없는 제가 무뚝뚝한 당신의 가슴을
쿡쿡 찔러대는 것일까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오늘은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지 뭡니까? 하하.
구차하지만
제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해버렸습니다.
그 말을 하고선 너무 후회했습니다.
당신이 무뚝뚝한 만큼 저는 그렇게 돌아올
무뚝뚝한 반응을 상상하니 도저히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나 저는 서투르기에
그 말은 섣부른 행동이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돌아온 한마디에 저는 그만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사랑한다는 답장과 함께 전화가 왔고.
다시 또,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그 먼 거리 그 저녁에 달려와
다시 또, 사랑한다 말해주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말 한마디 꺼내려 입을 열면
목소리가 떨려 이 나약한 것만 같은 감정이
들통날 것만 같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처럼.
그러다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렇게 눈물도 한 방울 떨어지며
저번주 보다 더 따뜻해진 만큼
당신의 얼음보다도 더 차가운 감정도 사르르-
그렇게 물이 되어 낙수는 눈물로 주르르-
서로는 눈에 물방울이 넘치듯 고여
유난히 별빛이 번지는 하늘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다 느끼길
고흐가 올려다본 하늘의 별은 폭포와 허리케인이 아니라
하늘에 포석한 별들이 넘칠듯한 눈물로
바라본 슬픔이라는 것을.
그런 하늘에, 그런 밤이었다고
저는 열두 번째 고백을 합니다.
사랑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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