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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웅 Feb 23. 2024

우리 시대의 마지막 효자

적성산 산정호수에서

적상산은 단풍이 물들면 여인의 치마폭 같이 붉다는 이름도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산입니다. 지금이 한창 제철입니다. 나에게 지금의 적상산은 젊음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시켜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산입니다. 잊지 못할 첫사랑이 생각납니다. 햇병아리처럼 샛노란 은행잎과 불타오르는 빨간 단풍잎을 닮은 정열의 그날로 돌아온 듯합니다. 무주읍을 지나고 큰 도로 무주 기창마을에서 우회전, 적상산 산정호수로 올라갑니다. 이정표가 잘못되었나 싶을 정도인 지그재그 꾸불꾸불한 길을 계속 올라가는 좁고 편도 10km 길입니다. 그러나 곧 야~~~~ 하고 탄성이 나옵니다.


올라가는 10km 길이 단풍터널입니다. 앞차가 비상등을 켜고서 경치를 찍는다고 뒤차가 여러 대 정체가 됩니다. 왜 정차가 되는지 궁금하여 뒤차에서 내린 행락객이 곧 원인을 알아냅니다. 이 좋은 곳 사진을 안 찍고 갈 수 있나? 앞차에서 내인 사람들 모두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뒤차의 행락객도 덩달아 내려 같이 찍기 바쁩니다. 이 깊어가는 가을의 정경을 여유 있게 즐기고 혹 있는 아픈 마음이 있으면 가로수를 대신하는 날리고 또 수북이 쌓인  노랑 은행잎에 던져버리는 모습들입니다.

  적상산의 정상인 향로봉 바로 밑에는 산정호수가 있고, 산은 거의 암벽으로 되어있지만 정상으로 가는 안국사를 거치는 등산로만 전부 흙길입니다. 정상인 향로봉에서 만난 무주에 계시는 분, 매일 등산만 하시는 분 말씀~~~ 태풍이 와서 정상 부분은 잎이 떨어짓당께, 예전보다 못한다니까 잉~~~~ 하십니다. 그래도 이름값대로 아름답고 한적하고  푹신한 길입니다
  향로봉 등산을 마치고 안국사를 거쳐 많은 사람들이 단풍 걸음을 하는 적상호 주위를 나도 같이 걸었습니다.
3~4km 되는 호수 주위, 평일이지만 참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주차장에서 전망대로 가는 길목은 단풍터널입니다. 차를 타고 올라올 수 있고 평길이라 누구든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걷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다~~ 보니
어느 고운 단풍나무 아래서 할머니께서 ^컵라면^을 드시고 계십니다
컵라면?
드시는 모습이 어정쩡하십니다
단풍을 눈에 넣고 즐기고 나서 커피 한잔 끓여 먹고 난 후

아까 그 자리에 가니 할머니와 중년의 아저씨와 같이 계십니다
"모친이십니까? 닮았습니다"

"예,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연세가 어찌 되셨는데요."

"올해 83세이십니다."
"먹다 남은 김밥이 있는데 김밥 드시겠습니까/"

라고 나에게 권합니다.

"나는 고맙습니다'" 하니  아들은~~~
"엄마!!!??? 이쑤시개로 입술에 넣고만 있지 말고 이빨에 넣고 김을 빼내세요." 
야~모친을 위해 야외에, 단풍놀이에 이쑤시개도 챙겨 왔구나 하며 속으로 놀란다 나는,,,,,
"요양원 모셔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는 무책임하고 마음이 아파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서 모십니다. 대신 집사람이 직장에 다니며 생활비를 법니다. 먼 오래전 일은 가끔 기억을 하지만 가까운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십니다. 집이 대전인데 모친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구경시겨 드리려고 둘이서 단풍놀이 왔습니다, "

라고 하신다. 나하고 이야기하면서도 연신 모친에게 눈길을 주며 신경을 쓴다.

"엄마~~ 물 드릴까?" 아들이 말하지만, 모친은 눈만 껌뻑거리며 가만히 앉아계신다
아들은 어머니가 앉았던 의자를 접어들고 어머니를 부축하며 걷는다. 그리 걷다가 어머니가 다리가 아프다시면 경치 좋은 곳에 앉아 쉬었다 가곤 한다.
아들 행동에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회한과  아쉬움 안타까움 자책 미 안 함 등의 지난날의 나의 초상이 나타나서,,,,,,,
"참 효자십니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효자십니다."라고 하니 그분은 

"아닙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하는 것입니다."

 하시며 멋쩍고도 씁쓸한 웃음을 지으신다 아드님이,,,,,

"나는 할머니께 다가가 모친님 좋은 단풍놀이 하고 계시니 좋습니까?" 

하고 여쭈니 못 알아들으시는지 눈만 껌뻑하시며......
목에 차고 계시는 이름표가 더 크게 보인다
다시 아들께 

"복 받을 시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인사를 한다.

마음이 찐하고
무어라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감동이다
몸이 아프셔서,
내가 사랑하는 여인,
그래도 나를 잘 이해해 주시는 #장모님이 생각납니다

나에게는 마지막 남으신 부모님인데~~~~

시간을 만들어 자주 찾아뵈어야겠다.

아프셔서 거동이 힘드시지만 조금 나으시다면 이번 가을이 가기 전에 나도

#적상산으로 함 모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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